강물의 흐름에 배를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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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전원통신⑦토지 신투자전략

토지시장에 '침체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거래가 줄고 땅값은 하락세다. 일각에서는 '위기론'도 나온다. 이러다가는 국내에도 일본과 같은 땅값 버블 붕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때 땅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늘 그랬듯이 '위기'는 곧 '기회'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되돌아보면 이 말의 뜻을 실감할 수 있다. 당시 갑작스럽게 닥친 환란은 토지시장을 깊은 '패닉' 상태로 빠트렸다. 땅값이 단기간에 50% 이상 급락했다. 너도나도 빚에 쫓겨 땅을 헐값에 쏟아냈다.
 
그럼 이때 돈을 번 사람은 누굴까. 바로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한 발 물러서 조용히 '공포'를 싼 값에 사들인 투자자들이다. IMF라는 ‘큰 불’이 나자 부리나케 알짜 급매물을 시세 이하로 거둬들인 사람들이다.

반면 '위기라는 동전의 뒷면은 기회'라는 점을 꿰뚫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격변하는 재테크 전선에서 멀리 뒤처졌다.
 

장고 끝에 악수

 
대개 침체 장세가 시작되면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갈리기 마련이다. 한쪽에선 땅값이 싸졌을 때가 투자 적기라고 주장한다. '위기를 사라'는 얘기다. 반면 다른 쪽에선 땅값이 떨어졌지만 시장에 아직 리스크가 높으니 기다리라는 주문을 쏟아낸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것이다.  
 
서로 상반되는 전문가 전망에 개미 투자자들은 우왕좌왕하다 결국 결정적인 매도·매수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그러다 결국 땅값이 오를 때 사고 폭락할 때 파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다.
 
다행히 요즘 투자자들은 똑똑하다. 전적으로 전문가들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다만 참고할 뿐이다. 땅에 관한 한 전문가 뺨치는 식견을 가진 일반 투자자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런 똑똑한 투자자들이 주의할 것이 하니 있다. 자신을 너무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이자 지능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로버트 스턴버그는 2008년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라는 책에서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는 많은 사람이 실제론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겉똑똑이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시장의 흐름과는 반대방향으로 투자하려는 습성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나는 고수이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다르다’라는 식의 우월의식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겉똑똑이들은 의식적으로 일반 개미 투자자들과는 다르게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이 곧잘 빠지고 마는 또 다른 실수는 복잡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은밀한 투자 비법만을 찾아 헤맨다는 점이다. 이 역시 자신들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우월의식의 발로다. 때문에 자신들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둑 용어에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너무 복잡하게 계산하다가는 되레 낭패를 당한다는 뜻이다. 특히 토지시장의 경우엔 요술램프와 같은 신비의 투자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는 우직함과 뚝심이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더 많다.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행동을 하는 것은 지능이 낮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좋아서 탈이 생긴다.
 
일단 배에 탔으면 흐르는 강물에 맡겨야 한다. 혼자 강물을 거스르다간 귀중한 돈과 시간을 잃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침체기엔 역발상 투자

 
부동산 침체기에는 역발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남들이 다 발을 뺄 때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가장 쌀 때 사두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모피 코트는 여름에 사는 게 가장 싸고 좋다. 땅도 마찬가지다.
 
요즘 토지시장은 벌써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거래가 뚝 끊겼다. 땅을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처분이 어렵다. 그래서 쏟아져 나오는 게 급매물이다. 급매 땅은 말 그대로 주인이 사정상 급하게 내놓는 물건을 말한다. 대개 은행 빚에 몰리거나 사업이 어려워 급전이 필요한 경우 급매로 땅을 내놓는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이런 땅이 많이 나온다.
 
사정이 딱한 급매 땅은 대개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싸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세의 절반 가격에 내던져진 땅도 있다. 빨리 땅을 처분해 현금화시키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알짜 땅을 거저 주울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알짜 땅을 좋은 조건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찾아 온 셈이다. 이런 호기를 놓치고, 나중에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섰다가는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토지시장이 당분간 침체의 터널에서 쉽게 빠져 나오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빠질 가능성도 작다. 따라서 요즘 같은 땐 역발상의 투자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지금 같은 시장 침체기가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알짜 급매 땅‘을 노려볼 만한 적기라는 얘기다.
 
급매물은 스피드와 현금 동원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 달 안에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실탄(자금)을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 급매물은 말 그대로 시간에 쫓기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쟁자보다 빨리 잔금까지 치를 수 있는 현금 동원력을 갖췄다면 알짜 급매물을 보다 좋은 조건에 선점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