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농사 망치는 멧돼지, 천연 기피제로 쫓는다

인쇄

김영태의 전원통신…귀농 성공전략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의 한 외딴 마을로 귀농한 황대석(61) 씨. 그는 재작년 300㎡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가 낭패를 당했다. 수확 철이 돌아오기도 전에 멧돼지가 먼저 고구마를?몽땅 거둬갔다.

멧돼지가 뒤집어 엎어놓은 밭엔 고구마 조각하나 남아있질 않았다. 황씨가 피해를 본 것은 고구만뿐 아니다. 인근 배추·옥수수밭 등도 쑥대밭이 됐다. 황 씨는 "한해 농사를 고스란히 멋돼지에 헌납한 셈"이라고 푸념했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제 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귀농인들을 괴롭히는 것은 낯선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 등만이 아니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척박한 야생의 자연환경도 극복의 대상이다.

특히 멧돼지·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 충북 옥천군의 한 농부가 멧돼지떼 습격을 받아 폭격이라도 맞은 듯 망가진 옥수수 밭을 가르키고 있다.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액, 연간?135억원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야생 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673억원이다. 이 중 멧돼지 피해가 310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개발에 따른 서식지 감소로 멧돼지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보상은 부족하다. 정부가 2009∼2013년까지 야생동물?농작물 피해에 지급한 보상금은 137억원에 그친다. 전체 피해액의 20.3%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급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피해 농민들이 받는 보상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농민들은 전기목책기·방조망 등의 자구책을 세워 야생동물 피해를 막고 있다. 하지만 비용부담이?적지 않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농민들이 야생조수 피해를?막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기 충격식 목책기의 경우 기본 설치비용이 200만원(정부 표준시방서 기준)에 달한다.

정부가 전기 목책기 설치비의 최대 60%까지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영세농 입장에선 여전히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감전에 의한 인명 피해 우려도 있고 설치와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얼마전 강원도 평창군의 한 배추밭에서 산나물을 채취해 귀가하던 함모씨(50)가 220V 전기 울타리에 감전돼 숨졌다.

그래서 등장한 게 목초액이나 마늘·머리카락·호랑이똥·나프탈렌 등의 민간요법이다. 하지만 이들 요법은 공식 검증에서 대부분 효과가 전혀 없거나 일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멧돼지가 싫어하는 더덕·들깨 등을 밭 주변에 심어보지만 기대한 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 멧돼지 퇴치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된 전진바이오팜의 대동물 기피제. 100평 밭에 뿌릴 수 있는 1㎏짜리 1봉지가 3만원이다.



천연 기피제 등 신제품 출시 잇따라


야생 동물에 대한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신제품 출시도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멧돼지 등이 싫어하는 천연 물질을 기반으로 제작한 유해 조수 기피제다. 대구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인 전진바이오팜은 레몬그라스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만든 야생조수 기피제를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투네이처라는 브랜드의 이 기피제는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싫어하는 복합 식물 추출물로 동물의 오감을 자극해 야생조수의 침범을 막는다. 인체에는 무해하고 토양에는 유익한, 분말형태의 도포제로 사용이 간편하고 효과는 최대 2개월 이상 지속된다. 온도나 환경 변화에도 효과가 안정적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100평 밭(둘레?40m)에?뿌릴 수 있는 1㎏짜리 1봉지가 3만원이다.

전진바이오팜(053-593-7191) 이태훈 대표는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시험한 결과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탁월한 퇴치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했다.

레이더·열감지 센서를 통해 야생동물의 접근이 감지되면 호랑이·사냥개 소리를 비롯해 총포음, 사이렌, 폭발음 등이 나오는 적외선 열감지 제품도 출시됐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1대를 설치하는데 300만원 가량 든다.

전문가들은 "야생 조수 퇴치제는 설치·유지관리 비용, 효과 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