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상권마다 임대료 급등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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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낮은 지역에 고급 상권 형성… 기존 세입자 내몰려

최근 서울 대학로·인사동·홍대·서촌·북촌·해방촌 등 고유한 골목 문화와 거리를 형성한 곳을 중심으로 유동인구 늘면서 임대료가 크게 올랐습니다.

‘핫한 지역’에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문화·예술가·자영업자가 유입돼 지역이 재생된 뒤에 대규모 상업자본이 들어와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뜻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낯선 개념일 수 있는데요.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19세기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랜스가 영국 런던에서 발견한 현상인데요. 빈민가에 중산층이 이주하면 임대료 등이 치솟아 원주민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지역이 고급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시가 발전하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던 이 말이 우리나라에선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홍대나 인사동에서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았는데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션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텐데요. 홍대나 대학로, 인사동처럼 관광지로 유명하거나 강남 가로수길처럼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 이런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상가 평균 임대료는 2009년 전용면적 3.3㎡ 기준 83만 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102만원으로 5년 사이 22% 올랐습니다. 매매가격도 2010년 3.3㎡ 기준 3108만원 이었던 것이 지난해엔 5426만 원까지 올랐고, 대로변 지가의 경우엔 두 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 유동인구가 늘면서 건물 임대료가 20% 이상 오른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서울시 종합대책 마련, 실효성은 '글쎄'


골목과 거리가 뜨면서 거대 상업 자본이 몰려와 그 지역 고유의 특성과 개성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구도심의 원주민과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에 대해 정책과 자원을 총동원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들 지역에서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 하기 위한 상생협약이 체결되고 영세상인의 임대료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시가 직접 건물을 매입·임차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사들인 건물을 지역 앵커(핵심) 시설로 지정한 뒤 문화·예술인과 영세 소상공인 등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소상공인들이 상가를 살 수 있도록 8억원 내에서 대출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올 연말부터 시행합니다. 상가 매입비의 최대 75%까지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낮게 장기(최장 15년)로 빌려주는 ‘자산화’ 방안입니다. 임대료를 내던 소상공인이 건물주가 되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장기안심상가’ 제도가 도입됩니다. 노후상가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보수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게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임차상인이 세를 얻어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안정적이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빚내서 건물을 사서 장사하라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임차인 단체는 건물을 구매할 경우 시중금리보다 1% 낮게 장기 대출해준다고는 하지만 담보가 필요한데다 현재 월세보다 대출이자가 많다면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규제를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자연스런 문화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도 나옵니다. 지역 구성원이 상생하고 도시의 지속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