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 위해서라던 리츠, 여전히 높은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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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리츠 3개뿐

이달 초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소개하는 기사(본지 3일 2일자 경제 8면)를 쓴 후 독자들에게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비슷했다. ‘투자할 수 있는 리츠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 ‘상장 리츠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평소 독자들이 보낸 메일에 성실하게 답변해왔지만 해당 메일엔 선뜻 회신을 하지 못했다. 답변할 내용이 없어서다.

리츠는 2001년 처음 등장했다.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여러 명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서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거나 오피스나 상가, 아파트 같은 부동산을 매입해서 수익을 만들고 이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정부는 리츠 도입 목적을 ‘일반 국민의 건전한 부동산 투자 기회 확대’라고 밝혔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현재 리츠 시장에 ‘일반 국민’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현재 국내엔 리츠가 128개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만 40개가 새로 생겼다. 전년보다 25% 늘어나 역대 최고 수준이다. 리츠에 몰린 자금(총 자산)도 18조3000억원이다.

"법인세 감면 정도 거론"


하지만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상장 리츠는 3개(1000억원)뿐이다. 나머지 97%는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가 거액을 투자하는 사모 리츠다.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다른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2000년)은 전체 리츠의 93%가 상장 리츠다. 싱가포르(2002년)나 홍콩(2003년)은 100%다. 미국(1960년)은 리츠 10개 중 9개가 상장했고 전체 인구의 22% 정도인 70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리츠와 관련이 있다.

이들 나라에선 정부가 리츠 활성화의 선봉에 서 있다. 싱가포르 최초의 상장 리츠 최대 주주는 국부펀드(정부가 직접 소유·운용하는 투자기관)다. 홍콩에선 홍콩주택청이 설립한 리츠에 홍콩 인구의 7%인 51만명이 공모 신청했다. 상장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세제 혜택)도 있다. 미국은 해당 리츠의 주주가 100명, 일본은 50명이 넘으면 법인세를 면제한다. 홍콩은 상장만 하면 수익세를 받지 않는다.

국내 리츠 업계는 관련 규제가 과도하다고 토로한다. 정부도 공감했는지 지난달 23일 ‘상장 리츠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겠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세제 혜택도 주고 상장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제라도 도입 목적에 맞게 방향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담당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준다는 것인지 물었다.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우물쭈물하더니 “법인세 감면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이번에도 국토부의 공언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