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개발공약이 믿기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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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사업, 여전히 지지부진

3년 전 이맘때다. 현 정권이 들어선지 두 달 만 이었다. 결혼 4년차였던 지인 장모(39)씨가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에 아파트를 샀다며 저녁을 샀다.

‘비록 절반은 은행 소유(주택담보대출 50%)지만 생에 첫 내 집 장만’을 축하해달라고 했다. 그의 직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이었다. ‘어떻게 출·퇴근하려고 그 먼 곳에 집을 샀느냐’고 걱정하니 ‘몇 년만 고생하면 된다’며 호기롭게 답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열차(GTX·Great Train Express)만 뚫리면 집에서 회사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고양시 킨텍스~서울 삼성동을 잇는 GTX A노선 얘기였다. GTX 조기 착공은 당시 막 지휘봉을 잡은 제18대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치솟는 서울 전셋값이 버거워 수도권으로 이사해야겠다던 그는 GTX가 뚫린다는 지역을 선택했고 ‘개통하고 나면 집값이 조금은 오르지 않겠냐’며 수줍게 웃었다.

‘대통령이 한 약속인데 믿는다’던 그는 3년째 매일 왕복 4시간을 출·퇴근하느라 길에 버린다. 오매불망 GTX 착공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 그는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 GTX 노선 중 A노선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데도 아직까지 밑그림도 나오지 않아서다.

2019년께 착공 예정


앞으로 기본설계·실시설계·실시계획 인가를 거쳐야 하는데 서둘러도 2019년이야 돼야 첫 삽을 뜰 수 있다.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빨라도 2025년 이후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B노선(청량리~송도)은 노선을 다시 짜고 있고 C노선(의정부~금정)은 이제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인 데도 이런 상황이니 국회의원이 우후죽순 내건 공약이 제대로 이행됐을 리 만무하다.

제20대 총선이 끝났다. 눈에 띄는 정책은 없지만 표를 얻기 위해 지역별로 크고 작은 개발 공약이 내걸렸다. 대부분 교통망 개선이다. 철도를 놓거나 새 도로를 뚫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대부분 지난 총선에 공약으로 나왔던 내용이지만 GTX처럼 지지부진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8일 기재부 1급 이상 간부가 참석한 현안점검회의에서 “여야 총선 공약은 타당성·실현가능성·소요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용가능한 부분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당선을 위해 남발한 공약일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오매불망 기다리는 약속이다. 제20대 국회는 아직도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장씨같은 사람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