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법전매로 돈 못벌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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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목적 분양권 거래 늘어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지인 심모(39)씨를 만났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월급 만으로는 살 수 없다’며 늘 주식 얘기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제법 수익을 냈고 ‘주식 예찬론자’였다.

그런 그가 이날은 아파트 분양권 얘기에 흥분했다. 지난해 말 아내가 분양 받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아파트 분양권이 4000만원 올랐다고 했다.

계약금 4000만원을 냈으니 지금 팔면 수익률이 100%라며 다음주에 팔아서 새 자동차를 사겠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집도 있으면서 청약은 왜 했는지. 분양권이 돈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그가 산 아파트는 올해 말까지 전매제한에 묶여 있는데 어떻게 팔겠다는 건지.

계약하던 날 해당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서 만난 중개업자(떳다방)가 책임지고 팔아준다고 했단다. 지금 팔면 세금으로 2000만원(양도소득세 50%)을 내야 하는 건 아는지.

분양가보다 500만원 정도 올랐다고 계약서를 쓰면 세금은 125만원만 내면 된단다. 올해만 50곳에 청약했고 여기저기 계속 청약할 거라며 ‘돈 될만한 물건’ 좀 추천해보라고 했다.

불법 전매 단속 강화해야


심씨는 그간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요즘 분양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피부에 확 와 닿았다. 문제는 심씨 같은 사람이 분양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시장 과열 현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3월 1순위 청약 자격이 완화되며 1000만명이 1순위 청약 자격을 얻었다. 유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게 됐고 재당첨 제한도 사실상 없어졌다.

제대로 불이 붙은 것은 올 2월이다.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강화됐지만 새 아파트는 쏙 빠졌다. 주택 수요자는 새 아파트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투기 억제장치인 전매제한이 남아 있으니 쉽게 투기 세력이 뛰어들지는 못할 거라는 낙관도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 하지 않는다. 심씨만 해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불법 전매를 할 생각이다.

부동산 지식이 없는 그에게는 전문가인 떳다방이 있다. 그럴 법도 하다. 분양권 거래 수수료는 대개 200만~500만원이다. 3억원 아파트 매매를 성사시키면 수수료가 120만원(0.4%)에 불과하니 분양권은 짭짤한 먹거리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집단대출(신규분양)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 위축이 걱정돼 규제에 나서지 못한다면 적어도 단속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사는 집’이 ‘투기 상품’으로 전락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