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논란 낳은 강남 ‘재건축 독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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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와 조합간 이견 극명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공사)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조합 간의 분양가 줄다리기가 공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공사는 25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싸다는 이유로 조합의 분양보증 신청서에 ‘불승인’ 도장을 찍었다. 조합은 분양을 위해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주택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한 달 가까이 끌어온 분양보증 심사가 영 개운치 못하다. 양측 입장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사실상의 분양가 규제가 아니냐는 항변에 공사는 분양보증 리스크를 강조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도 등으로 인한 분양보증 사고 사업장을 수습하느라 한 해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아픈 기억이 있다.

조합은 강남권 대표 아파트를 꿈꾸며 설계를 특화하고 명품 마감재로 ‘호텔 같은 주택’을 그렸다. 조합 관계자는 “품질 차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분양가 숫자로만 비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쪽 모두 ‘통계 꼼수’를 부려 설득력을 갉아먹었다. 공사는 이 아파트가 속한 강남구의 분양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분양가가 비싼 강남구를 제외하고 계산한 서울 평균과 비교했다.

▲ [일러스트=박용석]


3.3㎡로 나누면 시세 부풀려지는 경우 많아


조합 측은 이번에 신청한 3.3㎡당 4313만원이 개포동 평균 시세 4500만원 선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포동에는 3.3㎡당 6000만원이 넘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많다.

이를 단순히 3.3㎡로 나누면 시세가 부풀려진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장들 사이에서도 “분양가가 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고분양가 논란의 뿌리는 ‘재건축 독점’이라는 독특한 강남권 주택시장의 구조다. 2014년 말 기준 강남권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103.5%)에 훨씬 못 미치는 96%다.

두 집 중 하나(49.4%)는 지은 지 20년이 넘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이 심하지만 빈 땅이 거의 없어 주택공급을 대부분 재건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13~2015년 강남권에서 분양된 2만8901가구 중 재건축 단지가 63%인 1만8321가구다. 이 기간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많아서 그렇지 평소엔 80%를 상회한다.

재건축 조합이 분양가 결정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비싼 분양가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가격 횡포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때문에 공급자인 조합 스스로 먼저 분양가에 대한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집값 양극화를 더 부채질하게 된다.

공사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분양가 제동을 걸겠다고 엄포부터 놓은 뒤 사후 끼워맞추기식으로 규제해서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