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을 시민의 안식처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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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용산공원 활용 계획 철회

“용산공원에 8개 시설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 지난 25일 진현환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조성계획 추진상황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토부가 ‘공원 보존 건축물 활용방안’을 내놓은 지 7개월 만에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이로써 중앙정부와 서울시·시민단체 간 기 싸움도 일단 진정됐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4월 국토부 발표로 시작됐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부처가 용산공원에 박물관 등 8개 시설을 들인다는 안을 제시하면서다.

국토부는 내년 말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한 뒤 용산기지를 공원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6개 시설은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새로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안은 즉시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은 ‘부처별 공원 나눠 먹기’라며 비판했다. “부지 선점식 난개발을 초래해 공원 훼손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한발 물러섰다. 논란의 핵심인 8개 시설물 활용 방안은 ‘없던 일’로 했다. 공원 안에 건물을 신축하지 않고, 기존 1200여 개 건물 중 94%를 철거하기로 했다.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전문가·시민 의견 수렴해야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어 보전이 필요한 80여 개 건물만 편의시설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건물 활용 방안을 언제까지 마련할지는 못 박지 않았다. 국토부 측은 “오랜 시간을 두고 전문가 검토, 관계기관 협의,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건물 활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난 7개월간 논란은 국토부가 자초한 셈이다. 꼼꼼한 사전 조사나 검토 없이 공원 조성계획을 서둘러 짰다.

물론 군사기지를 공원화하기 위해선 일정 부분 개발이 불가피하다. 잔디밭이나 산책로 등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가 종전에 내놓은 8개 시설물은 용산공원의 취지나 특징과 상관이 없어 보였다. 경찰박물관이나 어린이아트센터가 왜 거기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국토부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중앙부처 의견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용산 미군부지는 100년 만에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땅이다. 그만큼 귀중한 이 땅은 본래 취지대로 시민의 휴식처가 돼야 한다.

이 땅을 노리고 중앙부처와 서울시가 밥그릇 싸움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건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충분한 의견 수렴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와의 협의는 물론 전문가와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해 귀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