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등서 분양권 '단타족' 기승…당첨 후 두 달간 손바뀜이 절반 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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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 청약률 상위 3곳, 초기 전매율 51%

지난 3월 1순위 평균 5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해운대구 '롯데캐슬스타' 아파트. 계약이 시작된 지 두 달여 만에 일반분양분 819가구의 57.4%인 470가구가 명의변경 됐다. 분양권에는 5000만~80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분양권은 이른바 분양 계약서로,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등기)하기 전에 사고팔 때의 권리관계를 말한다. 인근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인이 두세 차례 바뀐 아파트가 흔할 정도로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청약자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부산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세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에 청약한 뒤 당첨되면 단기간 내 웃돈을 받고 팔려는 투기 수요가 몰려서다.

지난해 정부가 11·3 부동산대책을 통해 단타 매매를 줄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분양권 단타 매매가 늘어날수록 거래금액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 사례도 적지 않다. 

8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부산에서 올해 분양한 단지 가운데 청약률 상위 3곳의 분양권 전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계약 이후 두 달여 간 전체 분양물량 1676가구의 절반(50.9%) 수준인 853건이 거래됐다.

"DTI 적용해야…부산 전매제한 강화 필요"


당첨자 2명 중 한 명꼴로 분양권을 내다 판 것이다. 지난 3월 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해운대 연지꿈에그린'은 두 달간 전체 일반분양 가구 수의 47%가 손바뀜됐다. 

서울 분양권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강동구의 매머드급 단지인 '고덕 그라시움'은 전매가 가능해진 지난 4월 18일 이후 5월까지 일반분양분(2010가구)의 17%인 337건이 거래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1145건(신고 기준)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주택 경기가 좋았던 전년 동기(737건)보다 55% 늘었다.  


지난해 말 정부가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는데도 서울·부산에서 단타 매매가 활발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11·3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주장한다.

서울에선 11·3 대책 발표 이후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내 전매를 입주(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나머지 지역은 1년 6개월로 제한했다. 하지만 규제 시행 전에 분양한 단지는 분양권 거래가 자유로워,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부산은 아예 분양권 전매제한 지역에서 제외돼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매제한 규제를 비껴간 지역이나 기존 분양권에 단기 투자세력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계약금(뿐양가의 10% 내외)만 있으면 입지나 층·향·동에 따라 단기간에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단타족이 극성인 이유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상의 거래금액을 실제보다 낮춰 작성하는 다운계약이 자주 동원된다. 양도소득세를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분양 계약 후 1년 안에 분양권을 팔 경우 양도세율이 50%에 달한다.

부산 부산진구의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개 웃돈의 50%선에서 계약서를 쓴다"며 "연지꿈에그린 전용 84㎡의 경우 웃돈이 6000만원이면 3000만원으로 낮춰 신고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전매 등이 부동산시장 전반을 혼탁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타족이 '치고 빠지기' 식으로 사고 팔면 분양권에 거품이 끼고,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 새로 분양 예정인 아파트의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데도 한몫한다.

실수요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은 웃돈을 주고 비싸게 분양권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주택 경기가 위축되면 웃돈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단타 매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분양권 거래 시 중도금 대출을 자동 승계하는 구조라는 점"이라며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면 대출 소득심사를 깐깐하게 해 가수요가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을 전매제한 강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산은 법 개정을 통해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운계약의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속도 강화해 시장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운계약이 적발되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매도·매수자는 허위신고에 따른 과태료(분양권 취득가액의 5% 이하)를 내야 한다. 매도자에겐 원래 납부해야 할 양도세와 신고불성실 가산세(납부세액의 40%), 납부불성실 가산세(1일당 0.03%)가 부과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강화 여부는) 아직 정해진 건 없고, 우선 현장 검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는 데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다음주부터 일부 관계 부처가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