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집값에 울던 타워팰리스, 땅값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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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움하우스·한남더힐 누르고 고공행진

국내에서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같이 사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중 가장 비싼 집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전용 273㎡다. 올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이 66억1600만원이다. 전용면적 3.3㎡당 8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면 이 단지가 들어서 있는 땅값은 얼마나 될까. 올해 공시지가가 집값보다 매우 저렴한 3.3㎡당 1540만원이다.

이처럼 땅값이 집값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서로 어긋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최고가 주택인 트라움하우스 5차 땅 값은 사실 강남권이나 강북 주요 단지보다 저렴하다. 집값은 ‘1등’인데 땅값은 ‘꼴찌’ 수준이다. 왜 그럴까.  

국내 최고가 트라움하우스 땅값은 낮아

 
공동주택 부지 '몸값'은 땅 거래가 거의 없어 파악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시지가를 통해 알 수밖에 없다. 땅값과 건물값을 합친 격인 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는 둘 다 감정평가를 거쳐 정부가 공인한 가격이다. 모든 집과 땅에 부여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대개 시세의 70~80% 선인 데 비해 토지 공시지가는 시세 반영률이 이보다 훨씬 떨어져 5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지가는 땅의 가치에 대한 잣대로 쓰이지만, 재산세에는 별 상관이 없다. 공동주택 재산세는 토지와 건물분을 합친 공시가격으로 내기 때문이다.  

2004년까지는 토지와 건물에 대해 각각 '과세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냈으나 2005년부터 주택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시가격으로 합쳐지게 됐다.

 
본지는 지난달 말 결정된 3200여만 필지의 개별 공시지가 가운데 주요 고가 아파트 부지의 공시지가를 비교해봤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나즈막히 앉아 있는 한남더힐. 아파트로 가장 비싸다. 전용 244㎡가 51억400만원으로 3.3㎡당 6900만원이다. 이 아파트 부지 공시지가는 집값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2260만원이다. 

서울 시내 주요 고가 주택의 부지 중 가장 비싼 땅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다. 3.3㎡당 8100만원이다. 트라움하우스 5차의 5배가 넘고 한남더힐의 4배에 가깝다. 

▲ 고급주택 대명사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집값은 공시가격은 많이 떨어졌지만 땅값(공시지가)는 상승세다.


타워팰리스 공시지가 10년새 35% 급등

 
타워팰리스가 과거에 비해 집값은 많이 떨어졌지만 땅값은 고공행진을 했다. 이 펜트하우스 공시가격이 역대 최고였던 2007년 40억800만원에서 올해 30억원으로 10년새 25% 떨어진 사이 땅 공시지가는 거꾸로 35% 올랐다. 10년 전엔 3.3㎡당 6017만원이었다.    

타워팰리스에 이어 공시지가가 비싼 땅은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4628만원),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동(4625만원),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4486만원) 순이다.
이들 단지의 가격은 한남더힐>아이파크삼성동>갤러리아포레>타워팰리스 순이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가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은 땅값이 땅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이 아니라 땅 용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토지를 개발하는 이익이 용도지역별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강남권 등 위치보다 용도가 더 중요하다.  

▲ 용적률 계산.

 
땅 개발이익은 용적률에 달렸다. 용적률은 해당 부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 규모를 정하는 기준으로 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이다. 100㎡ 땅에 용적률이 100%이면 100㎡까지, 200%면 200㎡까지 지을 수 있다. 자연히 용적률이 높은 땅이 비싸게 된다. 

용적률은 도시계획에 따라 용도지역별로 정해져 있다. 서울에서 주거지역은 100~400%, 상업지역은 최고 1000%다. 상업지역 용적률이 주거지역의 두 배가 넘는다. 결국 용도지역이 땅 수익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땅값은 용도지역에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위치보다 용도지역 따라 차이 커


타워팰리스1차와 갤러리아포레는 일반상업지역이다. 일반산업지열은 ‘상업, 그 밖의 업무의 편익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인 상업지역 중에서 일반적인 상업기능 및 업무기능을 맡는 지역이다. 

빌딩·상가와 주거·상업·업무시설이 섞인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용적률 상한이 800%다. 타워팰리스1차는 상업지역 용적률 상한이 더 높았던 때에 지어져 실제 건물 용적률이 919%에 달한다. 갤러리아포레 건축 용적률은 399%다. 

다른 단지들은 ‘주거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지역’인 주거지역이다. 일반주거지역은 단독주택·저층 공동주택·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1~3종주거지역으로 나뉜다. 용적률이 서울에서 각각 150%, 200%, 250%다. 

트라움하우스와 한남더힐은 2종주거지역이다. 나머지는 3종주거지역이다. 당연히 3종 땅이 2종보다 비싸다. 


같은 주거지역 내 격차보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간 차이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강남구 도곡동에서도 3종주거지역인 도곡렉슬 공시지가는 3.3㎡당 4200여만원으로 타워팰리스의 반값이다.  

땅은 개별 필지마다 특성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지역의 같은 용도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차이 난다. 아크로리버파크가 집값으로는 서초구 반포 일대를 석권했지만 땅값은 래미안퍼스티지에 밀린다. 3.3㎡당 공시지가가 아크로리버파크 3488만원, 래미안퍼스티지 3574만원이다.  

개별 공시지가는 ‘268차 고차원 함수’ 


필지별 개별공시지가는 어떻게 정해질까. 일일이 가격을 매길 수 없어 ‘공식’으로 매긴다.개별공시지가 산정은 변수가 268개에 달하는 ‘고차원 함수’다. 

지역별로 대표성이 있는 표준지를 정해 정부에서 표준지 공시지가를 우선 정한다. 지역별 담당 감정평가사가 현장조사를 통해 표준지 토지의 특성, 사회·경제·행정적 요인과 용도지역별 가격 동향 등 가격형성 요인을 조사·분석한다.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자치단체가 개별 공시지가를 매긴다. 이때 토지가격비준표가 활용된다. 여기엔 지형지세 등 토지특성에 따른 가중치가 들어 있다. 표준지 공시지가에 비준표 상의 가중치를 적용하면 개별 공시지가가 자동으로 산출되는 것이다.  


표준지는 50만 필지로 올해 전체 개별공시지가 산정 대상(3268만필지)의 1.5%다. 한 개 표준지를 기준으로 토지비준표 ‘함수’를 풀어 평균 66개 필지의 개별 공시지가를 정하게 된다. 

토지특성에는 지형지세, 도로조건, 유해시설접근성, 대규모 개발사업 등의 항목이 있다. 지형지세의 경우 저지·평지·완경사·급경사·고지로 나눈다. 예를 들어 비준표상 가중치가 평지 1, 완경사 0.95 식이면 완경사인 개별 공시지가는 (표준지공시지가X0.95)다.   

땅값보다 너무 비싼 집은 '거품' 가능성

 
상대적으로 집값보다 땅값이 비싸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땅값과 집값간 적정한 비율은 없다. 조망권·희소가치 등은 땅보다 건물이 집 가격을 좌우하다 보니 조망권이 좋은 집은 상대적으로 공시지가가 낮다. 
 
새 집도 마찬가지로 건물가치가 높은 셈이어서 전체 공시가격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수 있다. 개발 기대감이 큰 경우도 그렇다. 개발이 완료되면 땅 용도지역이 바뀌면서 땅값도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의 기본 가치는 땅이다. 땅값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싼 집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 거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공동주택 공시지가는 재건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선 재산세와 관련해 재건축으로 건물이 헐린 뒤에는 땅만 남아 있으므로 조합원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분 재산세를 내야 한다. 

조합원의 기존 자산 가치 평가 때도 땅 부분은 공시지가를 활용한다. 사업부지의 일부를 도로 등 공공시설로 기부채납하는 경우 기부채납 비용을 계산할 때도 공시지가로 매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