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 "청약 열기 꺾이고, 투기 수요 줄며 관망세 돌아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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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부동산 대책]전문가·시장 반응

6·19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대책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같은 고강도 규제 카드는 빠졌지만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청약·대출·재건축 규제가 골고루 포함돼 수요자들이 시장을 지켜볼 공산이 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규제 강도가 세진 않지만 일단 이 정부에서 부동산 과열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대책이) 투기과열지구 지정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조합원 지위 양도 규제만 빠진 ‘준 투기과열지구’나 다름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청약 열기는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위원은 “최근 중도금 집단대출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LTV·DTI 규제까지 강화하면 청약 수요자의 투자 심리가 위축할 수밖에 없다. 분양 시장도 눈치 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전매를 자유롭게 허용해 일반 주택 거래량보다 분양권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느슨한 청약 제도를 노려 전매차익을 얻으려던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정부가 규제 ‘깜빡이’를 켜자 움찔하는 모양새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주도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19일 중앙일보가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 호가(부르는 값)를 집계한 결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전용 42㎡)는 이달 초 10억3000만원에서 지난주 10억900만원으로 약 2000만원 내렸다. 서초구 신동아1차(전용 144㎡)도 15억1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소폭 내렸다.

강남 3구 옆에 있는 강동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재건축을 앞두고 대규모 이주가 예정된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전용 51㎡)는 같은 기간 8억95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4500만원 떨어졌다.

거래도 일단 자취를 감췄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집값 과열을 잡겠다고 했는데 영향이 없을 수 있겠느냐. 대책이 코앞이라 집을 사겠다고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 우려되고 하반기 악재 많아


지난주 정부가 부동산 시장 현장 단속을 시작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아예 문을 닫았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단속하겠다는데 버틸 재간이 없다. 불가피한 잔금 처리만 겨우 하고 신규 거래는 엄두도 못 낸다”고 털어놨다. 

숨 죽인 시장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부터 가파르게 뛰던 아파트값 상승률이 6월 둘째 주 들어 처음 꺾였다.

특히 강남 4구는 모두 상승세가 둔화했다. 강남구는 이달 첫째 주 0.48%였던 상승률(전월 대비)이 둘째 주 0.23%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서초구(0.44%→0.35%), 송파구(0.52%→0.32%)도 비슷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3구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청약하려던 직장인 박주현(35)씨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금리도 오름세라 집 구하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고 지금 어찌할 수도 없어 일단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당장 하락세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서울 집값 상승세의 주범으로 꼽히는 주택 공급 부족, 저금리 등 근본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를 3가구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가격이 급락하는 등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투기 가수요는 많이 차단될 것 같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도 우려했다. 함 센터장은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재건축 조합원의 주택 공급수를 1주택으로 제한한데 대해 “당장 시행하는 게 아니고 6개월 정도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단기 풍선 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재범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 과열 지역 집값을 잡는데 초점을 맞추느라 임대 관련 내용이 빠졌다. 집값이 떨어지면 전월세 수요가 늘어 다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전월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이 아니더라도 하반기 주택 시장을 위축시킬 악재가 적지 않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올 하반기부터 완공되는 주택도 크게 늘어난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아파트만 예년보다 30~40% 급증한 120만 가구가량 들어설 예정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시장 안정을 위한 별다른 대책이 없더라도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이 맞물려 내년 이후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로 서울 주택공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수요 규제 뿐 아니라 공급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정권 후반기에 또다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