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동산 보유세 인상 고려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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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일각의 보유세 인상 주장에 명확한 반대 입장 밝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일각에서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취임 100일(16일)을 앞두고 12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보유세 문제는 말씀 드린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보유세 인상을) 사용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금의 부동산 대책은 일부 과열 지역에 맞춰진 대책으로, 일부 효과가 발생한 측면도 있고 아직 마음 놓을 수 없어서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보유세 인상은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것인데다가 실현된 이익이 아니라 보유분에 대해 과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등은 앞서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보유세 인상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투기지역과 조정대상지역 등을 확대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시행했다. 당시 보유세 인상 여부에 대해서도 초보적인 수준의 논의가 이뤄졌지만 민감한 문제라 일단 대책에서는 제외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당시 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유세 인상은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 전체적인 재산 과세 수준이 적정한지,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이 적정한지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서 결정할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엔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도 비슷한 취지에서 보유세 인상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유세 인상 주장을 펴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대'(地代·땅 사용료)를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천으로 지목하면서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보유세 인상 쉽지 않을 듯


이틀 뒤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보유세 문제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불씨를 키웠다.

7일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필요하다면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은 물론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들에 대한 추가 조치 등 주머니 속에서 꺼낼 수 있는 것을 단계적으로 다 꺼내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 안팎에서는 중요 경제정책이 경제 콘트롤타워인 부총리가 아니라 여당과 청와대의 일부 실세들에 의해 결정되는 ‘김동연 패싱(Passing)’ 현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기재부는 이미 내년도 세제 개편안 결정 과정에서 당·청의 압박 때문에 당초 계획을 뒤집은 전례가 있다. 

당시 김 부총리는 “소득세·법인세의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추 대표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여권 실세들이 명목세율 인상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곧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하더라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결국 기재부는 기존 계획을 번복하면서 명목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세제 개편안에 담았다. 당시 김 부총리는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해야 했다.

부동산 보유세와 관련된 사태 진전도 당시와 판박이처럼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입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일단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즉각적인 보유세 인상은 쉽지 않게 됐다.

김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초(超)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일부 이해도 간다”면서도 “하지만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하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같은 생각임을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