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가점제 늘려도, 강남 로또분양 주인공은 강남 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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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로 자금력 좋아야 분양 받을 수 있어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은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 압박과 집 없는 무주택자 우대다. 이들은 투기수요와 실수요로 분류된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양시장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청약가점제를 강화했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으로 매긴 점수(만점 84점)로 당첨자를 가리는 제도다. 기존에 국민주택 규모로 불리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의 40%에 적용하던 것을 최대 100%로 확대했다.  
 
조정대상지역(전국 40곳)의 가점제 비율이 85㎡ 이하 40%에서 75%로 늘어나고 85㎡ 초과 중대형에는 30%가 새로 생겼다. 투기과열지구(27곳)에선 85㎡ 이하 75%가 100%로 바뀌고 85㎡ 초과는 50% 그대로 변동이 없다.  

강남권 중소형 가점제 비율 40%→75%→100%


청약가점제 확대는 법령 개정을 거쳐 지난달 20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발표하는 단지부터 적용됐다. 이에 앞서 투기과열지구 가점제 강화는 이미 있던 규정이어서 지난 8월 3일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동시에 기존 규정(85㎡ 이하 75%, 85㎡ 초과 50%)대로 시행됐다.  
 
정부는 가점제 확대 혜택이 지역적으로는 주택시장 불안의 진원지로 꼽히는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이외 실수요자에게 더 많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가점제 확대 이후 가점제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강남권 진입 문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 아파트 일반분양분 당첨자 분석 결과 강남권 거주자 비율이 올라간 것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 접수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6차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센트럴자이 일반분양 당첨자 98가구 중 약 3분의 2인 61가구(62%)가 강남권 거주자로 나타났다. 강남권 가점제 당첨자도 이와 같은 비율로 66가구의 41가구(62%)였다. 강남권 무주택 당첨자가 전체 당첨자의 40%가 넘었다.   

강남권 당첨자 비율 10~20%P 높아져

 
가점제 강화가 시행되기 전이어서 이 단지에 적용된 가점제 물량 비율은 이전 투기과열지구 기준인 85㎡ 이하 75%, 초과 50%였다. 가점제 66가구 중 85㎡ 초과는 23가구였다.  
 
같은달 분양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옛 개포시영) 강남3구 당첨자도 전체 185명 중 110명으로 60% 선을 나타냈다. 가점제 당첨자도 비슷한 비율로 56%였다. 일반분양분 대부분이 85㎡ 초과여서 가점제 물량 100여가구 중 90가구가량이 중대형이었다. 중대형이 많아 가점제 물량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강남권 무주택자는 당첨자 셋 중 한 명 꼴이었다.


이들 단지의 강남권 당첨자 비율은 8·2대책 이전보다 10~20% 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신반포센트럴자이와 같은 동인 잠원동에서 지난해 1월 분양된 신반포자이의 일반공급 물량 113가구 중 강남권 비율은 43%(49가구)였다. 전용 85㎡ 이하 가점제 물량도 비슷한 37%였다.  
 
강남래미안포레스트 옆에 지난해 3월 나온 래미안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의 강남권 당첨자는 50% 정도였다.  
 
8·2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청약경쟁률이 오히려 더 높아지며 당첨자 가점 커트라인이 하늘을 찌를 수준이었는데도 강남권 거주자 당첨자 비율이 높았다.
 
신반포센트럴자이 경쟁률이 평균 168대 1로 신반포자이(37대 1)의 4배가 넘었다. 신반포자이의 전용 85㎡ 이하 커트라인은 55점이었는데 신반포자이는 69점이었다.  
 
69점이 되려면 무주택 기간 항목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고 부양가족이 3명이어야 한다. 무주택 기간 32점(15년 이상), 통장 가입기간 17점(15년 이상), 부양가족 20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무주택 기간을 30세 이상부터 산정하기 때문에 나이는 40대 중반 이상이다.   

청약가점 커트라인도 크게 올라


강남권 단지는 청약가점만 높다고 분양받기 쉽지 않다. 8·2대책 이후 강남권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자금력을 갖춰야 한다. 


강남권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이 넘어 가구당 9억원 초과여서 주택도시보증공사(HIG) 등의 중도금대출 보증이 나오지 않는다. 여윳돈이나 다른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 스스로 중도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반포센트럴자이와 강남래피안포레스트의 가구당 분양가가 11억~21억원이다. 중도금은 7억~13억원이다. 이 금액을 대출받는다면 입주 때까지 내는 대출이자만 2000만~4000만원이다.  
 
입주 무렵 잔금 대출 때는 LTV·DTI 40% 적용을 받는다. LTV 40%에 해당하는 4억~8억원을 대출받으려면 연소득이 7000만~1억4000만원 이상이어야 DTI 40% 이하가 된다.  
 
근로소득으로 연봉 7000만원만 하더라도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5000만원 정도)의 1.4배인 고소득이다.
 
기존 집 전세보증금 등으로 납부할 수 있는 나머지 60%는 6억~12억원이다. 워낙 고가이고 대출이 막힌 데다 소유권 이전 때까지 전매 금지로 중간에 팔 수도 없어 자금력 달리는 비강남권에선 도전하기 어렵다. 비강남권에 이번 강남권 분양 단지의 청약가점 커트라인보다 높은 점수가 많겠지만 분양가 부담에 막혀 청약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6억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6억~12억원을 동원할 수 있다면 집을 못 사는 무주택자가 아니라 집을 안 사는 무주택자인 셈이다.  

강남 10억 이상 전·월세 거래 2년간 3200건


업계에 따르면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산가 자녀 중 일부러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임대를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유세 등 세금 부담 없이 집을 수시로 바꿔 살 수 있는 임대의 장점을 누리는 것이다. 집값 전망을 불안하게 보고 주택 대신 금융 등에 투자하기도 한다.  
 
강남권 고가 전셋집 현황을 보면 이런 ‘돈 많은 무주택자’를 짐작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반포자이에서 올해 계약된 전세보증금이 9억~24억원에 달한다. 거래건수는 200건 정도다. 
 
지난해 1년간 강남권의 아파트 보증금 10억원 이상 전월세 거래가 1900건이다. 2015년엔 1300건으로 2년간 3200건 정도다. 보증금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전국 보증금 10억원 이상 거래의 95%가량이 강남권이다.  
 
이 정도면 몇백 가구 정도인 강남권 물량을 흡수하기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집을 사지 않던 이들이 왜 분양시장에 나온 것일까. ‘돈’이 될 것으로 봐서다. 신반포센트럴자이와 래미안강남포레스트는 1년 반 전과 분양가가 비슷하게 책정됐다. 그 동안 오른 주변 집값을 감안하면 3억~7억원 저렴하다. 그 동안 강남권 분양시장에서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적이 없었다.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당장 시세차익을 챙길 수는 없지만 청약 때부터 이 만큼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3년 정도 지난 입주 무렵에 훨씬 많은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계층 '소셜믹스' 퇴색, 재테크 사다리 단절


정부의 가점제 확대는 강남권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준 결과다. 이들 무주택자가 정작 정부가 정책 목표로 삼은, 집을 마련하고 싶어도 기회가 적어 분양받지 못하는 실수요자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강남 주택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강남권 몫이 커지면서 강남 주택공급 효과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강남권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지역·계층간 ‘소셜믹스’(사회통합)는 퇴색하게 됐다. 강남권은 더욱 ‘그들만의 리그’로 굳어지는 것이다.  
 
비강남권에서 집값 상승 금액이 큰 강남권 주택을 통해 자산가치를 키우는 것도 힘들어졌다. 강남권 집값은 단가가 비싸 상승률이 높지 않더라도 상승금액이 크다. 부동산 재테크의 믿음직스러운 사다리가 끊겼다고 볼 수 있다. 강남 불패 신화는 이제 분양시장을 독식하는 자금력 갖춘 강남권 무주택자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