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때릴수록 강남 세졌다··· 4억 오른 은마, 매물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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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매물 부족 극심... "투기 억제 위주보다 강남 공급 늘려야"

#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직후 12억원 선이었던 전용면적 76㎡가 이달 초 1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정부가 강남권을 투기지역으로 묶고 대출 한도 축소,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등 '규제 폭탄'을 퍼부었지만, 집값은 오히려 4억원 가까이 뛰었다. 매달 1억원씩 오른 셈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부동산이 완전히 미쳤다. 집을 사겠다는 손님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 못 판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만 해도 매물 12개가 나와 있었는데, 매수자가 사겠다고 나서자 집주인이 보류시켜 지금은 2개뿐"이라고 귀띔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직장인 오모(52)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전용 84㎡ 아파트를 14억 원대에 샀다. 서울 비강남권의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 두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은행 대출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전세(보증금 9억원)를 끼고 샀기 때문에 자기 돈 5억원이면 대출이 필요 없었다. 오씨는 "강남권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아 투자용으로 샀다"고 말했다.

▲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강남권 아파트가 매물 품귀현상을 보이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단속에 나서는 것고 함께 대책을 검토 중이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인다. 호재가 없이 악재만 잇따른 데도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부르는 게 값'이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꺼낸 잇단 고강도 대책이 강남권으로 수요 쏠림을 부채질하며 시장 불안을 가중한다.  
 

1월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 역대 최대 전망


이런 분위기는 각종 통계로 확인된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 동안 송파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보다 1.96% 올랐다. 서울 평균 상승률(0.55%)의 세 배가 넘는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1.69%, 0.65%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1월 한 달간 상승률이 2006년(월간 기준)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해 12월 수치(송파 2.34%, 강남 1.7%, 서초 1.46%)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파트 시가총액(개별 아파트 시세를 더한 것)도 크게 불어났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강남구 아파트 시가총액은 139조5937억원으로 1년 새 13% 늘었다. 같은 기간 송파구(102조4099억원)와 서초구(98조3836억원)도 각각 21.8%, 12.2% 증가했다. 

매물이 적은데도 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1865건으로, 전달보다 37%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17일까지 1040건이 거래돼 2006년 이후 1월 기준 최다인 2011년 1395건을 넘을 전망이다.

매물보다 수요가 워낙 많아 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기 때문이다. 서초구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나오기 무섭게 몇 시간 안에 팔려 나간다"고 전했다.  




'원정 투자' '갭 투자' 늘어

 
가격이 뛰면서 수도권이나 지방 등 외지인의 '원정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8·2 대책 전인 지난해 6~8월과 직후인 9~11월을 비교하면 서울 이외 거주자의 강남권 아파트 매입 건수 비중이 21%에서 23%로 높아졌다. 특히 송파구의 서울 외 매입자 비중은 20% 선에서 28%까지 치솟았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방 주택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지방 '큰 손'들이 집값이 오를만한 강남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며 "이들은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가격 흥정도 하지 않고 바로 사버린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 매입 건수 상당수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집을 사는 '갭 투자'다. 상당한 자금을 가진 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않고 매매가격과 보증금 간 차액을 자기 돈으로 보태 사들이는 것이다. 강남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 간에 3억~5억원 차이 난다. 재력가가 아니면 뛰어들기 힘들다.  
 

'규제 악재'가 호재로 작용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역설적으로 강남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대책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이 정부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는 4월 부활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주택 보유 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6~40%의 양도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4월부턴 2주택자에 기본세율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의 세율을 더 부담시킨다. 2주택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50%, 3주택 이상은 60%의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다주택자가 주택 여러 채를 정리하고 한 채만 남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이왕이면 집값 등락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작은 강남 아파트는 유지해 정작 강남권 매물은 별로 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여기다 수요는 더 강남권으로 향한다. 어차피 한 채만 보유해야 한다면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큰 강남권을 찾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권 매물은 늘지 않고 대신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강남권 수요는 더 늘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추진 단지의 거래를 막은 것도 한몫한다. 수요는 넘치는데 거래가 가능한 매물(공급)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집값이 상승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합이 아직 꾸려지지 않은 강남구 압구정지구, 송파구 장미아파트 등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건축 부담금제) 시행으로 강남권 주택 공급이 줄 것이라는 우려도 수요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수억원을 세금으로 내면서 재건축 사업을 하려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늘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가치만 높여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역시 강남권에선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서울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낮추고 강남권 등 투기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1가구당 1건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실정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부분 전세를 주고 집을 사는 데다, 자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자가 많아서 그런지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못 사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며 5년간 1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임대주택 위주여서 시장에 호소력이 떨어졌다. 

정부 "투기가 원인...대책 검토"


정부는 강남권 시장 과열의 원인을 '투기적 수요'로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경제부총리는 “강남 등 특정지역 재건축·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게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모든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 수준 강도로 현장 단속을 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다주택자의 미성년 자녀 등에 대한 변칙증여 등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직접 보유세 인상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등 대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주면서도 세부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당장 쓸 카드가 마땅치 않고 섣부른 대책이 오히려 시장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책당국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8·2 부동산 대책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때까지도 강남권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으면 정부가 강경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준비하고 있는 '빅카드'는 보유세 인상이다. 강남권과 다주택자를 겨냥해 주택 보유 부담을 늘려 수요를 꺾으려는 목적이다.  
 

종부세 상향 통한 보유세 인상 유력


정부와 여당은 1월 말 출범할 예정인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조세특위)에서 보유세 인상을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방안이 가능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유세 인상과 관련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정교하게 다듬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재산세보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손 보는 것이다. 세금 산정 기준금액을 올리거나 세율을 높이면 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2주택 이상 6억원) 분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70~80%)을 90% 이상으로 올리면 세금이 자연히 늘게 된다.   
 
공시가격의 일부만 세금 산정 대상으로 삼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하거나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종부세 개정안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발의안은 종부세 납세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공정가액비율(현행 80%)을 폐지하고,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현행 0.5~2%인 종부세율을 0.5~3%로 올리는 방안이 담겼다.  

새로운 세목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각에서 말하는 부유세 개념은 아니다”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세목이거나 새로운 성격의 세목이 나올 수는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2005년 폐지돼 재산세와 통합된 종합토지세 개념을 부활해 강남권과 투기과열지구 같은 특정 지역에만 적용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매물 늘려 '매물 기근' 해소해야"


시장에서는 투기로 보는 정부의 진단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다. 잇단 정부 대책에도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보유세 인상 같은 또다른 수요 억제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종부세율을 올려봤자 수백만 원 더 올라가는 정도인데 강남 다주택자들은 꿈쩍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더 안 오르면 그냥 갖고 있다가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주면 그만이라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2005년부터 시행했지만 종부세 도입 후 강남권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수요 억제에 주력하기보다 공급 확대로 공급과 수요의 '병목현상'을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당장 시중 매물을 늘려 '매물 기근'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대책을 일시적으로 수정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고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 2012년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시행한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세 면제 혜택을 한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8·2대책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까지 8개월 간의 유예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하면 3개월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유예기간으로 1년을 뒀다.
 
재건축 조합원 물량 거래 제한도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 필요"


중·장기적으로 강남권 신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풀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규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시장 불안감은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강남권을 포함한 강남 4구 아파트 준공 물량이 전년 대비 76%(1만600가구) 늘고 분양 물량도 지난 5년 평균보다 30%(1만7000가구) 많다”고 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 아파트 공급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맞지만, 수요보다는 적을 수 있다”며 “강남권의 수요 능력을 간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4구의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16.7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시간 많이 걸리고 돈 많이 드는 공공택지 개발보다 재건축 활성화가 주택 공급량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해 사업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부 역세권을 중심으로 용적률을 더 높여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고, 대신 임대주택을 확대해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은 핀셋 규제를 할수록 더 튀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잡을 단기적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강남은 물론 강남 인근에 안정적인 주택을 공급하는 중장기 대책을 포함해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