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억 없인 꿈도 못 꿔···개포 8단지, 부자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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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가 3.3㎡당 4160만원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개포주공 8단지(개팔) 재건축 사업. 올 상반기 분양되는 최대 관심 단지다. 

중도금 집단 대출이 안 된다. 분양을 받으려면 자기 돈이 있어야 한다. 최소 7억원, 최대 20억원에 이르는 계약금·중도금을 청약 당첨자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현금을 7억원 이상 들고 있지 않으면 청약해봐야 소용없다. 
  
현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이 묻지 마 청약에 나섰다가 자칫 청약 통장만 날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또를 기대하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금이 많은 부자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분양가 84㎡ 13억3000만, 118㎡ 18억원 넘어


공무원 임대 아파트였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 8단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로 거듭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금액이 만만찮다.  

공무원 임대 아파트였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 8단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로 거듭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금액이 만만찮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올해 분양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곳이다. 3.3㎡당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은 애초 3.3㎡당 4600만원에 분양하려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9월 개포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분양가와 동일한 액수로 결정됐다.
  
이는 현재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난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0월 이후 거래된 개포동 일대 3개 단지 분양권 50건의 시세를 조사한 결과 3.3㎡당 4800만원이었다.

 

▲ 공무원 임대 아파트였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 8단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로 거듭난다. 이미지는 디에이치 자이 조감도.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이 4600만원, 래미안 블레스티지(주공2단지) 5000만원이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주공3단지)는 4900만원 선이다. 인근에 있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권은 최근 3.3㎡당 53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전용 84m²의 분양가는 13억3000만원이다.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당첨만 되면 4억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 10만 명 이상이 청약에 나설 것이라는 ‘10만 청약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지난 9일 견본주택을 열고 13일부터 청약을 받으려는 분양 일정은 한 주씩 연기됐다. 강남구청이 중도금 대출 문제 등 서류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분양 승인을 미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이후 분양 모집 공고를 낸 사업장 가운데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중도금의 40%까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현대건설 측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하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번 주 분양승인을 받고 16일 견본주택을 개관할 예정이다.  

 

  

중도금 대출 막혀 7억~20억원 자체 조달해야

 
.문제는 분양 일정이 재개돼도 현금 조달 능력이 약한 무주택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목돈이 없는 예비 청약자는 당첨이 돼도 전용 면적에 따라 7억~20억원에 이르는 계약·중도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청약에 나섰다가 골칫덩이를 안을 수 있다. 청약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일반분양 물량은 전체 가구 수의 88%인 1690가구다. 이 중 100% 청약 가점제가 적용돼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이 높은 84㎡ 이하는 1198가구다.

  72가구가 공급되는 디에치 전용 84㎡의 분양가는 13억3000만원이다. 계약금(10%)만 1억3300만원이 있어야 하고 중도금(60%)은 7억9800만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현금 9억3000만원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목돈을 쥐고 있지 않은 한 무주택자가 전세금 대출이나 신용 대출로 이만한 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204가구가 공급되는 118㎡의 경우 분양가는 18억7000만원이다. 중도금만 11억원이 넘는다. 63㎡는 188가구가 공급되는데 분양가는 9억9800만원, 중도금은 약 6억원이다.  


 
하지만 묻지 마 청약으로 덜컥 당첨됐다가 분양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5년간 재당첨 제한에 걸리고 아까운 청약 통장만 날릴 수 있다. 
  
더욱이 서울 지역은 지난해 6·19 부동산 대책 이후 신규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가 입주 때까지 전면 금지됐다. 정부가 분양권 불법 전매나 위장 전입 등 분양권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조사·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유주택자도 목돈을 갖고 있지 않다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1주택이 있는 청약자가 디에이치 자이 개포 청약에 당첨돼 계약하면 2주택자가 된다. 
  
이 경우 계약금·중도금을 냈더라도 잔금(30%)을 치를 때는 올 1월 말부터 시행된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을 받는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추가 대출이 사실상 어렵고, 대출이 가능해도 한도는 확 줄었다.  

 

  

청약통장만 날릴 수 있어 청약에 유의해야


청약 당첨 자체도 어렵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만점) 등 총 84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이 우선 당첨되도록 하는 제도다. 
  
전용 84㎡를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은 입주자 선정 방식으로 추첨제와 가점제가 50%씩 적용되지만, 85㎡ 이하는 가점제로 입주자의 100%를 뽑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중소형 평형에 당첨되려면 가점이 65점 이상 돼야 안정권으로 본다. 
  
지난해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분양한 고덕아르테온은 전용 59㎡의 경우 당첨자 가점이 60~79점이었고 84㎡는 48~58점이었다. 지난해 분양한 개포동 레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가점 평균이 68.5점이었다. 신반포 센트럴자이 역시 당첨자 가점이 70점을 넘었다.
그런데, 40대 중반인 무주택 세대주의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15년이 넘고(17점), 부양가족이 4명(25점), 무주택 기간이 11~12년(24점)일 때 점수가 66점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에 해당하는 15년 이상 가입자가  70만 명에 달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디에이치 자이개포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60~70점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서는 디에이치 자이개포 청약에 부적격·미계약이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남구청과 현대건설이 통상 40% 정도인 예비 당첨자 비율을 80%로 늘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남구청 측은 “실수요자의 당첨 비율을 높이기 위해 예비 당첨자 비율을 늘린 것”이라고 밝혔다.
  

▲ 철거 중인 개포주공 8단지. 곧 1996가구의 최신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현금 많은 부유층만 혜택, 정부 규제의 역설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분양가가 2955만원으로 ‘과천의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서밋은 지난달 31일 청약을 받아 1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일반 분양의 22%에 달하는 128가구가 미계약·부적격 물량으로 드러났다.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으면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현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계약자가 대거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6일 진행한 예비 당첨자 계약에서도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9일 잔여분 특별 추첨을 통해 완판했다. 
  
현금이 많은 이들이 잔여 물량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크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역시 약 20%의 미계약분이 발생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가 올해 강남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흥행에 성공하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강남권 분양 시장에 활기가 돌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분양권 통제와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부자들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경우 미계약분이 다수 발생하면서 현금이 많은 여유 계층이 잔여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로또 아파트라고 하지만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은 제외되고 소득 상위층만 이익을 보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정부의 분양가 정책과 부동산 규제가 낳은 역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