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잘해” 45%…“재건축규제 잘못”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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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부동산 정책

“요즘에는 하루에 전화 1~2통 받기가 힘들어요. 집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확 줄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소 대표의 얘기다. 지난 3~5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있는 10여 곳의 공인중개소에 문의했지만 답은 비슷했다. “거래 절벽이라는 말을 실감한다”는 말도 나왔다.   
  

갭투기 차단, 청약가점 확대는 성과


지난 1년간 ‘다주택자·강남·투기’와 전쟁을 벌였던 문재인 정부가 고전 끝에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강도 규제를 비웃듯 치솟던 강남권 집값이 4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8·2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이 순차적으로 정책 효과를 나타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여섯 차례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을 제외하곤 규제 일변도였다. 특히 8·2 대책에서는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규제를 총동원했다. 투기과열지구 부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 다주택자 양도세 부과 등 굵직한 규제만 14개였다. 10·24 가계부채 대책 때는 다주택자와 갭투자자를 겨냥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을 억누를수록 용수철 효과가 나타났다. 강남 재건축·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강남 4구의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9.66%다. 1년 새 30% 안팎 오른 아파트도 많았다.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은 1.67%였다. 강남 집값은 4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나서야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과에 대해 중앙일보 설문에 응한 경제 전문가 40명의 견해는 엇갈렸다. ‘보통’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17명(42.5%)으로 가장 많았다. ‘매우 만족’(1명)을 포함한 ‘만족’은 11명(27.5%)이다. ‘매우 미흡’(3명)을 포함해 ‘미흡하다’는 응답은 12명(30%)이었다.  
  
잘한 부동산 정책으로 응답자 중 18명(복수응답)은 DSR 등 대출 규제를 꼽았다. 다음은 공공임대주택 확대(17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15명) 순이었다. 잘못한 정책으로는 재건축 규제(15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양도세 중과(11명), 청약제도 개편(8명) 순이었다.
  
청약 가점제 확대로 무주택자의 분양 주택 당첨 비율이 90%대로 높아진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공공주택 100만 가구 공급 등 주거복지정책도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팀장은 “갭투자 등 투기적인 가수요를 시장에서 걷어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규제 쏟아냈지만 집값 쏠림 심해져


하지만 과도한 분양가 통제로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고 재건축 규제로 서울이나 강남 등 특정 지역 가격만 오르는 쏠림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많다. 수요 억제책이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켜 향후 집값이 재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향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중앙일보 설문 응답자 40명 중 26명이 주택 공급 확대를 꼽은 이유다.
  
특히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지방 주택시장의 경착륙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집값 안정을 위해 나올 정책은 이미 다 나왔기 때문에 정부는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정책이 시장에 미칠 장·단기 효과를 구분해 국민에게 알리고 변화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