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북적대는데 … 강남구 아파트 거래 76% 줄었다

인쇄

극과 극 온도차 부동산시장 왜?

#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온종일 전화벨만 몇 번 울릴 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의 이모(51) 대표는 "간간이 매도 문의 전화만 올 뿐, 매수 문의는 끊겼다"며 "4월부터 잠잠해지더니 이달 들어선 거래를 한 건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하남 포웰시티’ 아파트는 평균 2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96가구 분양에 5만5110명이 청약했다. 이 단지를 포함해 이날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전국 5개 단지에만 청약통장 13만 개가 몰렸다.
 
요즘 주택시장이 따로 놀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다 같이 뜨거웠던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온도가 크게 벌어졌다. 

기존 주택시장에선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313건으로, 3월보다 54.5% 줄었다. 4월 기준으로는 2012년(4025건)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한 달 새 강남구는 777건에서 188건으로 75.8% 줄었고 서초구(559건→169건)와 송파구(798건→261건)도 70% 가까이 감소했다.

성동·용산·마포·노원구 등도 60~70% 줄었다.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대표는 "매수자들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관망하면서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일부 지역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은 전월보다 0.03% 하락해 14개월 만에 내렸다. 서울(0.37%)은 3개월째 오름폭이 줄었다. 지난 3월 7억7700만원에 거래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전용 47㎡는 3000만원 내린 7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등 규제로 매수세 실종


정부의 각종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 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대출이 까다로워진 데 이어 지난달부터 서울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을 살 사람이 이미 3월 안에 다 사면서 실수요자 상당수가 소진됐고, 다른 매수 희망자도 단기간에 뛴 집값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분양시장은 한여름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30개 단지 중 14곳이 1순위 마감했다. 그 외 8곳은 2순위에서 주인을 찾았고, 미달한 단지는 8곳에 그쳤다. 전체 물량 중 73%가 순위 내 청약에서 마감해 지난 3월 수치(45%)를 훌쩍 뛰어넘었다.
 
신규 분양물량은 정부의 분양가 인하 압박으로 시세보다 싸게 책정돼 시세차익이 예상된다는 게 강점이다. 분양대금도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내 초기 비용·대출 부담이 덜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매입가를 낮추려는 ‘안전자산 구매 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뜨거운 분양시장, 썰렁한 매매 시장’의 기류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최근 자사 이용자 43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연내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답한 비율이 지난해보다 6.3%포인트 상승한 76.8%였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고덕지구, 경기 과천 등에서 인기 물량도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반면 매매 시장은 상황을 반전시킬 재료가 없다. 오히려 시장을 짓누를 악재가 대기 중이다. 초과이익환수에 따른 부담금 액수가 재건축 단지에 이달 중 처음 통보되고, 다음 달엔 보유세 개편 권고안이 나온다.
 
하지만 기존 시장과 분양시장의 온도 차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기존 주택시장이 계속 침체하면 미분양이 늘고 분양 열기도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