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7000만원 오를 때 강남은 2억5000만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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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주택거래 금액의 33%가 강남권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 변의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공급면적 114㎡)가 지난 2월 2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공급면적 기준으로 부르는 평(3.3㎡)당 가격이 7800만원이다. 2015년 10월 역대 최고인 3.3㎡당 7000만원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펜트하우스 전용 244㎡ 분양가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1년쯤 전인 지난해 5월 실거래가격은 19억원 선이었다. 1년 새 7억원가량 뛰었다. 서울 아파트 한 채가 굴러들어온 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9000여만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7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년 새 1억2000만원 상승했다. 가격 상승률로는 8%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1년간 상승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수도권 집값이 2014년 하반기부터 되살아나 열기가 달아오른 2015년보다 더 많이 올랐다. 거침없는 서울 집값 상승세는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의 힘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 수혜가 강남권으로 쏠리며 강남권과 다른 지역 가격 격차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 3.3㎡당 8000만원 정도까지 치솟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강남권에 돈이 몰리며 최근 1년간 전용 84㎡ 가격이 서울 아파트 한 채 평균 가격 정도만큼 올랐다.


지난 1년간 강남 집값 13.2% 뛰어


지난 1년간 강남구가 13.2% 뛰었다. 송파구는 15% 넘는 16.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 상승률은 9%대다. 강남구 평균 아파트값이 11억2000여만원에서 14억6000만원으로 3억4000여만원 올랐다.  
  
강남권의 힘은 거래량보다 돈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강남권 아파트는 33만여 가구로 서울 전체(160여만가구)의 20%다. 2017년 한 해 강남권 거래 건수는 서울의 19%인 2만여건이다. 재고와 거래 건수의 비중이 비슷하다.  
  
지난해 강남권 아파트 거래금액은 총 20조원으로 서울 전체 금액(61조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거래금액 비중이 재고나 거래 건수의 1.5배가 넘는다. 거래 건수는 비슷해도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비싸고 상승 폭이 크다 보니 자연히 움직이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강남권의 돈 쏠림은 지난 4월 말 발표된 올해 공시가격에서도 확인된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정부가 감정평가를 통해 거래 가능성이 높은 ‘적정가격’으로 정한 가격이다. 지난해 1년간 서울 공동주택(아파트에 다세대·연립주택 포함) 공시가격 상승률이 10.2%였다. 강남구 13.7%, 서초구 12.7%, 송파구 16.1%로 강남권이 가장 높았다.  

 

  
전국 기준으로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10% 오른 데 비해 2억~6억원 상승률은 6%대 이하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가 가장 많은 지역이 강남권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시가총액이 1100조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중 40%에 가까운 440조원이 강남권에 몰려 있다. 
  
강남권에 돈이 몰리면서 서울 내 지역 간 편차가 커졌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는 서울을 도심권·서북권·동북권·서남권·동남권 5개 권역으로 나눈다. 강남권에 강동구를 합친 동남권이 가장 비싸고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이 가장 낮다.

이 두 지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 차이가 지난달 말 7억2000여만원으로 1년 전(5억4000여만원)보다 1억8000만원 더 벌어졌다. 가격 차가 1년 새 1.4배에서 1.6배가 됐다.   

 

  

집값 격차 금융위기 이후 최대

 
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도 지난달 4.9로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가격순으로 5등분 해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1년 전은 4.2였다.  
  
강남권과 그 이외 지역 간 아파트값 차이 확대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낳는다. 강남권 쏠림이 더욱 심해진다. 아파트값이 같은 비율로 오르더라도 강남권의 액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10% 오를 경우 차익이 동북권은 4500만원이지만 동남권은 2배가 넘는 1억1000만원이다. 가격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아파트 시장의 강남권 쏠림이 심해져 지역 간 격차가 계속 더 벌어질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주택시장은 가격 격차는 계속 벌어지다 다시 좁혀지는 양상을 반복해왔다.  
  


국민은행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이 2009년 초 4에서 올라갔다가 2011년 4.4까지 올라갔다가 2014년 3.9까지 떨어졌다.  
  
주로 강남권 집값을 겨냥한 정부 대책의 약발이다. 가장 많이 달아오른 강남권 아파트값이 가장 먼저 식기 시작하면서 차이가 줄어들었다. 규제 완화 등으로 강남권이 다시 오르며 차이가 벌어지곤 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비슷한 크기의 전용 76㎡와 79㎡의 시세가 현재 15억원과 5억5000만원으로 1.7배 차이 난다. 1년 전엔 1.5배 차이 났다.   

이 두 아파트 가격 차가 2000년대 중반엔 3배까지 벌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좁혀져 2013년 0.8배까지 줄었다. 그 뒤 다시 늘어난 것이다.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 급감


  요즘 다시 강남권과 다른 지역 간 차이가 줄어들 분위기를 보인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강남권 3개 구 모두 지난달 하락세를 나타냈다. 강남권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지난해 8·2대책 후인 9월 강남권이 약세이긴 했지만, 강남·서초구만 내렸다.
  
강남권 아파트 매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부터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이 줄고 있는 가운데 강남권 거래는 급감했다. 
  
서울 전체 거래량의 강남권 비중이 3월까지 20% 정도를 이어오다 4월부터는 10%로 뚝 떨어졌다. 
  
강남권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은데 다른 지역과 격차가 얼마나 좁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