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이나 깎아줘도 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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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1년새 반토막, 집값 5년 만에 하락

“두 달 전보다 2억원 내린 급매물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매물은 쌓이는데 매수세가 사라졌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A공인중개소 대표의 얘기다. 이 업소가 주로 중개하는 은마아파트 76㎡형은 올 초 16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14억원대에 매물이 나온다.

하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강남뿐만 아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540건으로 전년 동월(1만194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거래가 줄고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64로 전달보다 8.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57.8포인트나 떨어졌다.

HBSI는 주택사업 경기를 판단하는 수치로 100 이상이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03%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집값이 전달보다 내린 것은 201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연초까지 들썩였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집값도 최근 8주 연속 하락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세금·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공급물량 증가와 전셋값 하락,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 안정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부의 규제 강화 대책이 잇따라 나온 데다 일부 지방의 산업이 붕괴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주택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