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블랙홀' 빠진 서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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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2300가구, 매물은 0…집값 상승 기대감, 세금 장벽

지난 3월 준공해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 신금호 아파트. 1330가구의 대단지다. 입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실거래 매매 신고 건수가 아직 하나도 없다. 전·월세 거래 신고는 430여건 올라와 있다.

지난 1월 준공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에스티지S(593가구)와 4월 완공한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416가구)도 매매 거래 신고는 없고 전·월세만 200건가량 신고됐다.
  
올해 준공한 서울 새 아파트에서 매매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요는 많아도 주인이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갓 지은 아파트가 주택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서 준공이 늘어도 실제 시장 공급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급증하지만 시장의 공급 부족 갈증을 해소할지 불확실한 이유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 아파트 2만5000여 가구가 준공할 예정이다. 반기 준공 물량이 2만 가구를 넘기는 2008년 하반기(4만여 가구) 이후 10년 만이다.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 반기별 평균 준공 물량은 1만3500여 가구였다.
  
준공 급증은 올해 하반기에 그치지 않는다. 내년 1만8000여 가구로 좀 줄어들다가 내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 모두 각각 2만20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2년간 준공 예정인 물량이 9만 가구 가량으로 연평균 4만5000가구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입주물량(2만9000가구)의 1.6배다. 

▲ 희소가치 등으로 서울 새 아파트에 주택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입주해 소형 아파트가 10억원을 돌파한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2년간 새집 9만 가구 나오지만 공급 갈증 못 풀 듯


아파트가 새로 준공하면 대개 시장에 나오는 주택 공급량이 늘어난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에 살던 주택을 팔거나, 새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고 새 집을 매물로 내놓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공급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시장에 ‘병목현상’이 빚어지면서 시장이 약세를 띠게 된다.
  
관건은 공급과 수요 관계다. 공급은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고 수요는 주택을 찾는 수요다. 단순히 준공 물량 숫자만으로 잴 수 없다. 


올해 하반기부터 몰려오는 10년 만의 준공 홍수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달아오른 시장 온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많다. 정부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새 아파트에 몰리는 반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적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다. 희소가치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지은 지 5년 이하인 아파트는 10가구 중 한 가구가 되지 않는다(9.1%). 2005년엔 4가구 중 한 가구 꼴이었다(23.1%). 
 
그러다 보니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 가격이 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 전용 99㎡가 지난해 9월 18억8000여만원에서 지난 4월 24억3000여만원으로 5억5000만원이나 올랐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84 실거래가격이 지난해 9월 11억1000여만원, 지난 2월 11억7000여만원, 지난 6월엔 13억8000여만원으로 상승했다.  
 
강북지역에서 소형인 전용 59㎡가 10억원을 넘어서며 강남권 못지않은 가격을 형성하는 단지도 종로구 경희궁자이 등 새 아파트다.   
 

새 아파트가 시장으로 나오기에는 세금 등 장벽이 높다. 올해부터 분양권 양도세가 중과(단일세율 50%)되고 분양권 전매 제한이 강화됐다. 올해 월평균 분양권 거래 건수가 269건으로 지난해(754건)의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가 분양한 2~3년 전보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만만찮다.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아이파크 전용 84㎡는 현재 20억원 넘게 올랐다. 2015년 11월 분양가가 14억5000만~15억원이었다. 마포구 망원동 마포한강아이파크 전용 84㎡도 2016년 9월 7억원 정도에 분양돼 현재 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분양가보다 5억 오르면 세금이 3억5000만원

 
새 아파트를 팔면 취득세에다 많은 양도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는 1주택자는 40%이고, 다주택자는 40%와 중과 세금 중 많은 금액이다.  
  
래미안 아이파크 84㎡의 취득세가 5000만원이고 1주택자 양도세는 2억원 정도다. 합쳐서 2억5000만원이다. 중과되는 다주택자 양도세는 2주택자 2억5000만원, 3주택 이상 보유자 3억원 정도다. 취득세와 합치면 3억원, 3억5000만원이다.  
  
새 아파트 잔금 등을 치를 여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파는 경우도 요즘은 드물다. 전세를 놓으면 그새 전셋값이 많이 오른 탓에 전세보증금으로 잔금 등을 대부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거래되는 새 아파트가 드물다. 이전엔 갓 입주한 새 아파트에서 거래가 꽤 이뤄졌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600여가구)는 2016년 8월 입주 후 그해 12월까지 20여건이 거래됐다. 
  
새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한 기존 주택 매물도 많이 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 전역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당장 집을 처분하려 하지 않는다. 3년간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더 버티다 매도하게 된다.
  
하지만 준공 급증이 2020년 이후까지 앞으로 2~3년 이상 계속되면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사이 주택시장이 약세로 바뀌면 준공 물량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주택시장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