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다른 건축 규정에 죽어나는 건축주

인쇄

막대한 시간과 비용 낭비 병폐, 각자 알아서 대비해야

설계는 집 짓기 과정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집을 지으려면 가장 먼저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해야 한다. 그러면  건축사는 건축주를 대신해 설계 도면 작성은 물론이고 건축 신고, 건축 허가 등의 업무를 대행한다.

설계도면이 완성되면 건축사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축행정업무 전산화 시스템인 '세움터'를 통해 건축 신고나 허가를 신청한다. 설계사가 세움터에 건축 허가 등을 신청하면 해당 지자체의 담당 공원은 건축법과 관련 법령, 조례 등을 검토하고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대개 허가 신청 접수부터 허가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기본적으로 3주 정도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몇달이 걸릴 수도 있다. 건축법과 관련 법령이 워낙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사는 지자체에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한 설계 도면을 제출할 때 관련 법령을 미리 충분히 검토한다. 하지만 관련 법령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더라도 복병은 아직 남아 있다. 바로 지자체별로 각각 다른 내규나 심의 관련 규정 등이다.

각 지자체의 내규나 심의 규정 등은 제각각 서로 다르고 내용도 복잡해 해당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과 사전에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또 설령 담당 공무원과 사전 협의를 거쳤더라도 해당 공무원이 관련 규정을 놓쳐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곧바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이어진다.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미리 사전 지식을 충분히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

결국 폐지된 의미없는 규제 때문에 비용 추가 지불



얼마 전 한 건축주가 서울에 집을 짓겠다며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지하실과 다락방이 딸린 3층짜리 목조주택이었다. 지상 1층은 카페 용도로 사용할 목적이었다. 대지는 40평 정도로 협소한 데다, 땅 모양이 삼각형이어서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주차장과 임대공간(1층)를 확보해야 했고, 일조권 제약까지 있는 불리한 조건의 땅이었다.

건축주와의 협의를 통해 설계 도면을 작성하고 해당 구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담당 공무원이 다른 지역에는 없는 '최상층 다락설치에 관한 심의' 규정을 들어 해당지역에 다락방을 설치하려면 별도의 다락 협의가 필요하고 요구한 것이다.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부랴부랴 신청했던 허가를 취하하고 다시 심의 접수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달을 허비한 뒤에야 비로소 해당 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건축 허가가 접수되면 해당 지자체는 소위원회를 열어 허가 가능 여부를 심의한다. 그런데 문제는 심의 대상 항목이 지자체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 건축 허가 신청을 접수하기 전에 미리 이를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앞서 사례로 들었는 다락 심의의 경우에는 주로 불법 개조를 막기 위한 심의다. 다락의 층고는 도면 만으로도 담당 공무원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용승인 때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사용승인 후 불법 개조가 의심된다면, 정기적인 점검으로 막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상층 다락 설치에 관한 심의'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여러 지적이 있었다. 그러다 결국 얼마 전 행정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최종 폐지로 결정이 났다. 결국 폐지되고 말았던 심의 하나 때문에 건축주와 설계사무실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른 건축 허가가 건축주에게 시간적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건축물 허가 단계에서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지자체로부터 외장재인 스타코(석유화합물 소재)와 탄화목(열처리 목재)을 불연재로 변경하라는 보완 지시가 내려졌던 것이다. 당시 해당지역에 화재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갑자기 생겨 난 규제였다. 이 때문에 건물 외관을 자연친화적인 목재로 디자인하려던 건축주와 설계사무소의 당초 의도는 완전히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더 어이 없었던 것은 당시 주택 외장재로 널리 쓰이던 스타코 마감재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는 이유로 스톤코트 외장재로 바꾸라는 지시였다. 스톤코트는 외관 상으로는 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같은 단열재를 쓰는 스타코와 큰 차이가 없는 재질의 마감재다.

화재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행정 당국의 의도는 십분 이해하겠지만 불이 번지는 근본적인 원인인 단열재는 내버려 두고, 단지 돌처럼 보이는 외장재를 쓰게 해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겠다는 의도로 외장재를 바꿔 쓰도록 하는 것에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행정 당국의 간섭이 계속되면서 건축주와 설계사무소의 입장에서는 ‘나무 재질이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면 결국 목구조가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한옥은 더 이상 짓지 말라는 얘기인가’라는 의문까지 들 수 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착공 신고 단계에서 터졌다. 어찌 어찌해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건축 허가는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건물 착공에 들어가려고 하니 지자체에서는 해당 대지가 터널 위에 있기 때문에 터널에 관한 안전성 검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자체는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아예 터널 안에 계측기를 설치하고 안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조건으로 착공이 가능하다고 토를 달았다.

 이에 설계사무소는 기존 건물의 지하를 더 파지 않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부랴부랴 재설계를 했다. 결국 기존 건물의 수십m 아래에 있는 터널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터널 안전성 검토를 위해 수천만 원의 추가 금액과 두 달 이상의 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건축주는 40평짜리 땅에 집을 짓기 위해, 수십m 땅속에 있는 1㎞에 가까운 긴 터널 전 구간의 안전성을 6개월이나 계측을 해야 했다.

'귀에 걸면 귀거리, 코에 걸면 코거리'식 규제가 문제



 공적서류에도 없는 규제 때문에 전면 재설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기가 막힌 사례도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50대 중년 부부와 두 딸을 위한 작은 주택의 증축 공사를 위한 사전협의 차 건축도면을 들고 해당 구청의 건축과를 찾았다.

 건축주인 중년 부부는 다락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지붕을 박공지붕(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모양의 지붕)으로 하고, 가중 평균 높이 1.8m 미만으로 건축법 규정에 맞게 증축 설계를 했다.

그런데 해당 구청에서 지붕 경사도를 제한하는 내규가 있다며 설계 도면에 제동을 걸었다. 그래서 필자가 담당 공무원에게 내규에 관한 서류상 근거를 보여 달라고 요구 했더니 담당 공무원은 "내규는 내부에서 정한 사항이라 서류상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설계자 입장에서 건축법의 다락 규정에 맞게 설계를 했는데 지자체가 지붕경사가 내규로 정해져 있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말을 듣지 않으면 허가 접수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가 도면 전체를 수정해야 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애매한 기준 때문에 엉뚱한 피해를 당한 건축주도 있다. 건축주 H씨는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다중주택(1층 상가, 2~4층 주거공간)으로 재건축하기로 하고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했다.

다중주택은 단독주택의 일종으로, 법적 주차 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좁은 대지를 가진 건축주들에게 유리하다. 최근 각광받는 셰어하우스가 다중주택에 해당된다.

필자는 몇 년 동안 이미 여러 지역에서 다중주택 허가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에 이전에 허가를 받았던 것과 비슷한 건축계획을 가지고 담당 공무원을 만났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각각의  다중주택에 현관이 있기 때문에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 같은 내용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건축법상 현관의 유무에 대해서는 정의가 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결국은 설계를 새로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건축설계 허가 상의 중요한 체크사항을 공개하려 한다. 바로 발코니와 관련된 사항이다. 최근 발코니 확장은 주택 설계에서 거의 일상화돼 있다. 주택 면적은 내벽 중심선에서 1.5m 깊이까지는 바닥 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발코니 확장을 인정하는 규정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발코니 확장을 주택의 3면을 다 인정해 주는 곳도 있고, 2면만 인정해주는 곳도 있다. 심지어 어떤 곳은 담당 공무원이 3면, 2면이 기준이 아니고 건축도면을 보고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범위까지만 인정하겠다고 모호하게 대답하는 곳도 있다.

허용되는 방의 깊이 역시 기준이 제각각이고 기준선 또한 벽체중심선과 마감선이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사항에 대해서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사례가 너무 많아 건축주와 설계사무실에게 혼란과 피해를 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건축 허가기준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한다. 지역의 특성상 불가피한 그 지역만의 규제들은 남겨두더라도, 그 규제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건축 허가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비 건축주들은 건축 허가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대출, 이사 날짜, 착공시기 등의 계획을 건축 허가 완료 후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장진희
- 설계
- 스튜디오 모쿠 대표/소장
- 세종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

최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