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하는 순간 빚더미…필수 사업비 확보 여부가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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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자기자본 비율 높이고 서두르지 말아야

 일반적으로 사업가가 사업에 성공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좋은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 또 훌륭한 사업 계획과 이를 실행할 추진력과 능력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 추진할 자금(사업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 모든 게 그림의 떡이 된다.

그럭저럭 진행되던 사업도 도중에 사업비가 떨어지면 주저앉고 만다. 주택 건축이나 부동산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무리 뛰어난 입지여건을 갖춘 사업 부지를 가지고 있고 있고 훌륭한 설계·시공팀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사업비를 적절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만큼 건물 건축 등 부동산 개발에서 자금이 차지하는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사전에 충분한 자금 확보한 뒤 공사 시작해야



실제로 필자는 부동산 개발 관련 금융업에 종사하다 보니 사업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을 못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설사 대출을 활용해 어찌어찌해서 사업 부지 확보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공사비가 없어 오랫동안 하릴없이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만 물고 앉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면서 계약금만 납입하고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이미 납부한 계약금을 날린 사례도 수두룩하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아예 계약금조차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계약금을 대출받으려 노심초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경우 차라리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초기 비용이 투입한 상태에서 억지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사업비가 부족해 손을 들게 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사례가 있다. 건축주 A씨는 경기도 고양에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었다. A씨는 전체 건축 사업비 중에서 건축주의 자금 비율이 10%만 되도 건물을 완공할 수 있다는 P2P(온라인으로 대출과 투자를 연결하는 서비스) 회사의 말만 믿고 건축을 시작했다.
 

▲ 부동산 개발에서 자기자본 비율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요소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비비 없이 너무 대출에 의존한 게 화근이 됐다. 막상 공사에 들어가자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보유하고 있던 자금이 바닥 난 A씨는 결국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이 짓던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말했다. A씨의 사업 현장은 대출 만기가 1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방치되 있는 상태다.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은 채 수년째 흉물로 방치된 건설 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공사 현장 대부분이 사전에 적절한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단된 곳이다. 사업이 도중에 중단되면 피해는 개발업자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시공사에게도 고스란히 돌아 가게 된다.

“내 돈으로 사업하나? 은행돈으로 하는 거지.”  이는 필자의 지인 중에 부동산 개발업으로 지금까지 십여 년간 거의 실패한 적이 없는 한 디벨로퍼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말이다. 정작 이렇게 말하는 지인 본인은 항상 전체 사업비에서 대출의 비중이 50%가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충분한 자기자본을 투입해 무리하지 않게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업비 확보는 결국 자기자본(에쿼티)과 타인자본(대출과 외상공사)으로 이루어진다. 전체 사업비 중 자기자본의 투입 비율을 자기자본비율(에쿼티 비율)이라고 하는데 이는 개발사업의 자금조달과 관련된 핵심 중의 핵심이다.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도 적정선 이상의 자기자본이 투입되어야 비로소 대출을 승인하게 된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사업주가 투입한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사업에 대한 책임감도 높은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에쿼티 비율이 너무 낮을 경우 사업비 중에서 대출의 비율(LTV)이 너무 높아지거나 시공사가 부담하여야 하는 외상의 비율이 너무 높아져서 준공 이후 대출을 상환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거나 시공사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제1 금융권 시설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자기자본이 30% 이상 확보되어야 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제2 금융권도 건축주가 최소 20% 이상의 자기자본을 투입할 수 있어야 대출을 승인한다. 최근 급성장한 P2P(온라인으로 대출과 투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포함한 사금융권조차도 최소한 10% 이상의 자기자본이 투입되어야만 대출을 승인하고 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사업에 필요한 대출을 알아볼 때 자기가 실제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또는 투입한) 금액을 꼼꼼히 따져보고, 이에 대한 증빙자료를 확보하여 알맞은 금융기관을 찾아간다면 대출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가급적 자기자본 투입 비율 높이는 게 바람직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보면 '내 돈은 가급적 적게 들이고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고자 하는 로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꽤나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타인 자본 비율이 높아질록 사업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흔히 '시행 바닥'이라고 부르는 부동산 개발 시장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성공하면 큰돈을 벌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최근 들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개발업의 사업 환경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는 곧바로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 주로 서민층에 주택을 공급하는 소규모 개발사업자들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처음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사업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충분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자기자본 투입 비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업체의 광고 문구처럼 3억원으로 30억원짜리 건물주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우선 3억원으로 10~15억원 건물주가 되는 것부터 먼저 도전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욕심을 줄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시장에서 생존하고, 궁극적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김영빈
- 금융
- ㈜포켓핀테크 대표이사
- 금융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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