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잘못 뽑았다가 '억' 소리 지르는 재개발·재건축 현장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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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지연으로 늘어나는 추가비용은 모두 조합원 몫"

지난 6일 서울의 한 뉴타운 현장. 그곳에는 몇달째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방치된 공사 현장이 하나 있다. 바로 '○주택재개발사업구역'이다. 이곳은 지난해 이주와 철거가 대부분 마무리 됐지만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조합은 당초 지난해 말쯤 착공에 들어가 올초부터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렵게 됐다. 

그런데 정작 조합원들이 더 크게 우려하는 일은 따로 있다. 최근 조합의 사업비가 바닥 났지만 시공사의 보증 거부 등으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조합원이 이주비 대출 이자를 직접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뉴타운 현장 인근에서 만난 ○구역의 한 조합원은 "결과적으로 시공사의 정비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역량 부족, 재무구조 불안정 등이 불러온 총체적인 난국“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 상의 피해 등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이른바 '시공사 리스크'가 조합원의 이익을 침해하는 최대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시공사의 사업 관리 역량 부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속출하면서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록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비사업에서 '사업지연'은 곧 '조합원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조합원의 현명한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 많은 업체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걸러 내야"



서울 강남권 노른자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송파구 ‘M아파트’는 시공사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M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일부 조합원은 2018년 9월 시공사의 시공권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소송을 걸었다.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스카이브리지 3개와 지하주차장 1개층 증축에 대한 특화설계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M아파트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울시의 협의 의견을 반영해 스카이브리지, 미디어파사드 등 고품격 특화설계안을 폐기하고 그저 그런 성냥갑 모양의 설계안을 선택했다. 시공사가 수주전에 약속했던 특화설계가 대부분 빠진 것이다. 이에 조합원들은 "80년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 시공사의 효율적 사업 관리와 적극적 지원으로 올해 봄 착공에 들어가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전경.


사업방식 변경을 놓고 조합장 후보와 시공사 간 결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17년째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 강남구 C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현재 시공사를 지지하는 조합 집행부와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 간 갈등으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면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와 결탁해 (시공사에게 유리한) 도급제로 사업 방식을 바꾸려 한다"면서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조합이 시공사 이익을 위해 조합원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결국 조합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시공사의 선정이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우선 과거나 현재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유독 문제를 많이 일으켰던 건설업체는 시공사 선정에서 철저하게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일부 건설회사는 시공사로 선정된 뒤 말을 바꾸기도 한다"면서 "조합원들의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면 이런 업체는 시공사 선정 초기부터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공사의 정비사업 관리 능력도 따져봐야 한다. 정비사업은 조합 결성에서부터 각종 인허가, 민원 해결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고도의 관리 능력이 있어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공사의 전문적인 사업 관리 능력은 물론 재무 건전성, 갈등 조절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전문업체인 JPK리얼티 정준환 대표는 "정비사업의 성패는 60% 이상이 시공사 선정에 달려 있다"면서 "특히 정비사업에서 공신력이 두텁고 재무 건전성이 좋은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