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신도시 황무지에 ‘강남발 청약’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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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막차 분양, 청약인가 투기인가

버스도 닿지 않는 곳, 주변엔 산과 실개천뿐인 황무지, 흙먼지 날리는 진입로엔 시골 마을 점포가 덕지덕지 줄지어 있다. 짧은 1차선 도로마저 끊기면 등산 진입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골목이나 진배없는 좁은 길 양쪽엔 허름한 음식점과 몇몇 단독주택이 뒤엉켜 있다.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그 흔한 편의점도 하나 없다.
  
시골 읍내보다 못한 경기도 하남시 청량산 끝자락에 최근 서울 강남발 부동산 투자 광풍이 몰아쳤다. 1순위 426가구 모집에 4만4448명이 지원해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4.3대 1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101㎡형 A타입(217가구)은 3만1401명이 몰려 144.7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 49가구 모집은 824명이 청약해 평균 16.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2월 27~28일 청약을 진행한 위례중흥S-클래스(위례신도시 택지개발지구 A3-10블록, 2022년 10월 입주 예정) 아파트 얘기다.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초 이웃에서 분양했던 위례포레자이(2021년 5월 입주 예정)에 버금간다. 
  

▲ 터를 닦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위례신도시 끝자락 택지개발지구 A3 구역 전경. [사진 박정식 기자]


위례중흥S-클래스는 주택 평형이 전용 101~236㎡로 이뤄져 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도, 요즘 대중화된 59㎡도 하나 없다. 단지가 모두 중대형이어서 신혼부부 무주택자를 위한 특별공급은 없었다. 특별공급 대상은 다자녀가구 무주택세대구성원과 노부모부양 무주택세대주다. 공급물량이 전용 85㎡를 초과하므로 가점제 50%와 추첨제 50%로 모집했다. 가점제는 무주택 세대를, 추첨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1주택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추첨제라도 주택의 75% 이상은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도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제공한다는 조건이다.
  
청약 시스템을 지난 2월 금융결제원(아파트투유 APT2U)에서 한국감정원(청약홈)으로 옮기면서 청약 접수 전에 자격 부적합자를 미리 걸러내도록 개선했다. 따라서 청약자가 모두 자격요건에 부합하고, 단지 규모가 총 475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1주택자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는 셈이다.
  
신청자격도 문을 좁혔다. 청약자격은 특별·일반 공급 모두 하남과 수도권(경기·서울·인천) 거주자로 제한했다. 지역 우선 배정에 따라 하남 1년 이상 거주자에게 30%를, 경기도 1년 이상 거주자에게 20%를 각각 배정한다. 나머지 50%는 경기도 1년 미만 거주자와 서울·인천 거주자에게 제공한다.
  
그럼에도 청약엔 하남보다 수도권에서 더 많이 몰려들었다. 특별공급 청약자는 하남 거주자가 전체의 약 6%에 불과하지만, 수도권 거주자는 94%에 이른다. 1순위도 하남 청약자는 4110여 명인 반면 수도권 청약자는 4만명을 넘는다. 가장 인기 많은 전용 101㎡형 A타입만 봐도 하남 신청자는 2904명이지만, 수도권 신청자는 2만8497명에 달할 정도다. 단지의 위치상 이들 대부분이 서울 거주자거나 서울 강남권에 진입하려는 수요임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공급 물량의 절반은 뽑기로 제공하므로 가점이 낮은 수요도 청약에 대거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을 모두 투기 세력으로 몰아붙이긴 어렵다. 하지만 집값 변동에 민감하고 훗날 시세차익을 중시하는 국내 아파트 수요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청약에서도 투기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주택시장의 시각이다. 

불패 강남 진입 막차 타자 바람몰이


 
이는 가장 먼저 집값에서 엿볼 수 있다. 단지의 분양가는 최저 6억9500만원에서 최고 16억9000만원에 이른다. 분양가 9억원 미만은 중도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금은 정부의 규제로 최대 40%에 불과하다. 과거와 달리 집값 치르기도 빠듯하다. 계약금 20%, 중도금 6회 60%, 잔액 20%로 나눠 내는데, 가장 저렴한 1층 전용 101㎡만해도 1억3900만원을 계약금으로 먼저 납부해야 한다. 자금 동원력이 우수한 현금 부자에게 유리하다. 전매 제한 기간도 10년이나 된다. 위례지역에선 처음이다. 앞서 분양한 이 지역 다른 단지들보다 2년이나 더 길다. 주택법이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가 시세의 80% 미만이면 10년 동안 전매를 제한하는 것으로 지난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층 강화된 제약에도 불구하고 위례중흥S-클래스엔 청약통장이 과도하게 몰렸다. 거액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단지의 일반 분양가는 3.3㎡당 1960만원이다. 앞서 인근에 분양한 위례포레자이(3.3㎡당 1820만원), 힐스테이트북위례(3.3㎡당 1833만원), 위례우미린1차(3.3㎡당 분양가 1871만원)보다 89만~140만원 더 많다.
  
그럼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 주변 시세의 약 70% 수준에 불과한 가격이다. 위례중흥S-클래스에서 가구 수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청약자도 가장 많은 전용 101㎡의 분양가가 6억9500만~7억5800만원이다. 인근에 있는 같은 평형의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가 최근 약 12억원에.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가 약 13억원에, 위례센트럴푸르지오가 약 13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위례중흥S-클래스가 시세보다 4~5억원 정도 저렴하다. 즉 당첨만 되면 4억~5억원은 기본, 향후 +α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각종 제약들을 감내할 만큼 충분한 보상이라고 계산한 수요자들이 위례 중흥S-클래스의 ‘묻지마’ 청약 대열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19차례나 이어진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아랑곳 않고 고공행진하는 아파트 값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중위가격(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가격) 기준, 2018년 2월 7억1662만원에서 2019년 1월 8억3859만원, 2020년 2월 9억4798만원으로 상승했다. 서울 강남도 같은 기간에 9억1353만원, 10억4506만원, 11억9165만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위례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위례센트럴푸르지오의 전용 94㎡는 지난해 9월 10억8900만원, 11월 10억9600만원, 올해 2월 12억4000만원에 매매됐다. 위례롯데캐슬 전용 75㎡도 같은 기간 8억9000만원, 9억3000만원, 10억3000만원으로 최근 10억원을 뛰어넘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매수우위지수는 매수자와 매도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점 100 이상이면 매수자가, 이하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100을 넘으면서 팔자보다 사자가 강세다. 위례신도시행 막차이자 강남권 진입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조바심도 투기 심리를 한껏 부추겼다.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는 “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대도시의 집값 수준과 향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고려하면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며 “현 국내 주택시장은 스프링 같아서 정부 규제로 잠시 움츠리고 있을 뿐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뛰어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하남시의 접경구역 일대 675만여㎡ 부지에 올해 말까지 인구 11만명 규모의 대규모 주택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서울 강남권과 붙어 있어 제2의 강남으로 불린다. 그러다보니 위례에서 지금껏 분양한 단지 모두 흥행을 이어갔다. 
 

입지 약하면 집값 흔들려, 실수요 점검해야

 

▲ 위례중흥S-클래스 등이 들어설 구역의 주변 전경.


하지만 위례중흥S-클래스의 청약 열기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실수요보단 투기적 성격이 짙다고 꼬집는다. 입지가 열악해서다. 행정구역상 위례신도시에 속할 뿐 위례신도시의 혜택을 누리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 끝자락에 위치한 단지는 주변에 청량산 자락, 군 소유의 성남골프장, 이웃한 아파트와 초등학교 예정 부지가 전부다.
  
교통 여건도 막막하다. 위례신도시와 강남 신사동을 잇는 위례신사선과, 위례신도시 중심을 관통하는 트램은 착공도 못한 채 지연을 거듭하고 있다. 개통 해도 단지에서 멀어 이용하기 불편하다. 단지는 위례신도시 중심 상권, 지하철 8호선 복정역에서도 상당히 멀다. 그나마 가깝다는 5호선 마천역도 1.5㎞ 떨어져 걸어서 20여분 거리다. 마천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800m 정도 걸어 나와야 한다. 위례중흥S-클래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교통 여건이나 생활 시설이 미흡해 입주 뒤에도 당분간 불편이 뒤따를 것”이라며 “자녀 교육을 위해 들어올 곳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처럼 고립된 입지는 아파트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의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가 한 예다. 이곳은 총 7400가구 대단지로 이 중 6800가구를 2015년 10월말에 분양했는데 1만3000여명이 몰려 당시 청약 경쟁률이 평균 2대 1, 최고 126대 1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하지만 3년 뒤 입주 때 세입자를 못 구해 분양 잔금을 치르지 못한 당첨자들이 3000~4000만원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들을 쏟아내면서 ‘한숨 아파트’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이곳 3단지 전용 84㎡ 평균 매매가는 2018년 12월 2억9000만원, 2019년 4월 2억9250만원, 올해 2월 3억250만원 수준이다. 수도권 집값 폭등기에도 분양가 수준의 시세에 머물렀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구리IC에 인접해 잠실생활권을 강조하는 구리시 인창동 한진아파트 값도 지난 2년 동안 소폭 상승에 그쳐 평탄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1차 전용 84㎡ 평균 매매가가 2018~2019년 최근 2년 동안 3억1000만원 전후에 계속 머물렀다. 지하철 4호선으로 한번에 강남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군포시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는 같은 기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2차 단지 전용 59㎡ 평균 매매가는 2018년 2월 2억6000만원에서 2019년 9월 2억5500만원, 올해 1월 2억5250만원으로 계속 떨어졌다.
  
오대열 경제만랩 부동산정보 리서치팀장은 “서울 쏠림 현상이 짙어지면서 서울과 경기 간 아파트값 격차도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같은 경기에서도 양주·운정·평택 등은 미분양이 늘고, 인천 검단 등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는 곳에선 미분양이 해소되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청약해서 임대 보증금으로 부족한 중도금을 채울 계획이라면 실수요를 붙잡을 수 있는 단지인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