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바꾸고 있는 임차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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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의 과한 욕심으로 떠나는 임차인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바뀐지는 꽤 오래 전 일이다. 빌딩의 공급 과잉 문제는 공실률을 상승시키고 임차인으로 하여금 더 많은 선택과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임대인이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와는 다르게 지금의 임차인 우위 시장에서는 많은 임대인들이 과거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의 관리 방법 등에 익숙한 나머지 적응하지 못하여 장기 공실, 수익률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임차인을 변경 즉, 신규로 유치하기 위하여 발생되는 비용이 기존 임차인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약 6배 정도 더 발생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임대인들은 이러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기존 임차인의 지속적인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존 임차인을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임대율과 공실률 상승을 방지하여 순영업 이익을 증가시켜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임대인들은 현재의 임차인 우위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에 얽매이고 있는데, 임대차계약을 앞둔 임차인들은 수많은 빌딩을 검색하고 있으며 기존 임대인의 서비스 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빌딩으로의 이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안정적인 임대율 관리를 위해 임차인이 떠나는 이유를 실제 사례와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하여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공유한다.

첫 번째 사례는 임대수익에 대한 무리한 욕심으로 건물주가 화를 자초한 경우이다. 종로구 소재 A빌딩 소유주는 지상 6층 규모의 빌딩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하 1층(푸드코트)을 제외하고 전 층을 학원이 사용하고 있었으며, 장기계약 체결로 공실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동시에 인근 경쟁 빌딩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학원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지하 푸드코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꽤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한 임대인은 푸드코트 임차인에게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였으나 협상이 결렬되어 임차인은 퇴거하게 되었다.

임대인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많은 매출을 알아볼 수 있는 업종을 물색하던 중 PC방 가맹업체로부터 보다 높은 임대료를 지급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바로 발생했다. 빌딩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임차인인 학원에서는 면학 분위기를 헤친다는 이유로 PC방의 입주를 강력하게 반대했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수강생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원을 상대로 불만을 제기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강생도 줄었다. 당연히 학원도 경영난에 휩싸이게 되었다. 결국 임대차계약 갱신 시점에 학원에서는 계약 연장을 거부해서 6개 층이 공실로 발생되었고, 임대인은 대출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겪게 되었다.

이렇듯 새로 임차인을 들일 때에는 기존 임차인과의 불화 등 사전 검토해야 하는 요소가 상당히 내재되어 있고 잘못된 선택은 고스란히 임대인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 부동산 임대 시장은 임차인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이에 따른 임대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임차인 모시기 경쟁’

 
 
최근의 임차인 우위 시장에서는 공실률 상승을 막고 신규 임차인 선점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렌트프리, 입주 공사 등 인테리어 공사기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피트 아웃 등이다. 하지만 일부 임대인들은 공실률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혜택들을 제공하지 않아 인근 빌딩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강남구에 소재한 B빌딩의 건물주는 2018년 약 200억 규모의 빌딩을 매입하며 기존 임대차계약 현황을 살펴보던 중 대부분 임차인에게 연간 2회의 렌트프리가 제공된 것을 알게 되었다. 렌트프리를 제공할 경우 건물주가 생각한 임대수익보다 저조할 것이라 판단하고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시점에 임차인들에게 앞으로는 렌트프리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임차인의 대부분은 대형 생명보험사로 우수한 신용도가 있어서 체납 등의 문제가 없는 우량 입주사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임대차 계약의 변경이 어떠한 일을 초래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임대차계약 갱신을 앞둔 계약 종료 1개월 시점에 그 입주사는 임대인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건물주가 렌트프리 협상을 시도했지만, 해당 입주사는 이미 인근 신축 빌딩으로 렌트프리를 제공받고 이전하는 것으로 계약이 체결된 상태였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흐름이 임대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임차인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공실률 상승은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업용 부동산 본연의 역할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각종 편의까지 제공해야 살아남는 임대시장의 현실


 
임차인 우위의 상황은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부동산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임대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만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입주사 직원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 급속 충전 서비스, 우산 대여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Concierge Service :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호텔급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하더라도 ‘돈을 내고 사용하는’ 임차인들에게는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여의도에 소재한 C빌딩의 소유주는 최고급 오피스들이 밀집해있는 증권가 사이에 꼬마빌딩을 상속받아 보유하고 있다. 빌딩의 임대료는 인근과 비교해도 크게 낮지 않지만 제대로 된 건물관리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차인들의 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냉난방 기기도 구형이다 보니 하절기와 동절기 시즌에 임차인들의 불만은 고조되었으나 임대인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동시에 화장실, 복도 등 공용부에 대한 청소도 일일 단위가 아닌 주 2회만 진행하다 보니 임차인의 불만은 날로 증가되었다. 문제가 계속되자 임차인들은 임대료 미납은 물론,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모든 임차인이 퇴거하고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건물주는 뒤늦게 냉난방 공사는 물론 건물관리 업체와의 위탁계약 체결로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러한 것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이 아닐까 싶다.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 살고 있었던 건물주들은 임차인을 위한 다양한 편의 제공보다는 임대료 인상에 급급하였고 시간이 경과되며 이러한 패러다임은 많이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으며, 임차인이 이탈하는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여 임차인 유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비로소 임대율 제고는 물론 임차인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꼬마빌딩의 매입도 중요하지만 매입 이후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운영할 것인지 미리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문정현
- 부동산
- 백경비엠에스 팀장
- CPM, SIOR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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