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으로 몸살 나는 중소형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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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함과 무지

중소형 건축 프로젝트의 각 단계별로 비슷하지만, 건축설계에 있어서도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완료할 때까지 많은 절차가 있다. 건축주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의견 조율, 법규 검토, 기획설계, 담당 공무원과의 협의, 각종 심의, 인허가, 착공 시 필요서류 준비 검토, 그리고 사용승인 시 현장 확인 등 하나하나의 단계가 모두 중요하며 설계자는 각 단계별 필요 업무를 예상하며 문제가 없도록 준비한다.
 
이는 설계 기간이나 소요비용 등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설계자는 혹시 모를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면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하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 있는데, 그 중 한 요인이 바로 제도적인 절차의 모호함과 이를 처리하는 담당 공무원의 안일한 자세이다.
 
필자가 겪은 실제 사례를 하나 공유한다. 수도권에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의 설계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건축 부지 정면에 도로가 건설 중인 상태였는데, 차량 통행은 가능하나 인허가 접수 당시에는 정식 개통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건축주의 상황을 고려하여 담당 허가권자와 상의 후, 건축물 사용승인 시 전면도로의 공사 및 정비가 끝나있을 것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일이 진행되었다. 인허가부터 착공, 건축물 완성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도 건축주, 시공자, 감리자가 함께 협력하며 해결해 나아갔다. 이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건축물이 다지어진 후 사용승인이었다. 전면도로의 개통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 것이다. 현행법상 접한 도로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면 정식 사용승인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차량의 통행은 가능한 상태라서 허가권자에게 양해를 구해 임시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이는 건축물의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법적으로 정해둔 조건에 불가피한 사유로 부합되지 않는 경우에 일정 기간 동안 임시로 사용을 허락해 주는 제도다.
 
임시사용승인 신청을 하자 담당 공무원은 정식 사용승인 신청 시에 시행하는 업무대행 건축사를 지정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업무대행 건축사는 건축법상에 규정된 사람으로서 감리와는 별도로, 제대로 시공했는지를 최종 검사하는 업무를 지자체를 대신해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담당 공무원의 고민에만 수일이 소요되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거나 아예 무지했던 것이다. 결국 업무대행 건축사의 지정 없이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설계자로서 수차례 확인했으나, 그때마다 경미한 사유로 보완을 요구하며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완공된 건물에서 식당 영업을 위해 기다리던 건축주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결국 답답한 건축주가 직접 담당 공무원과 면담까지 했는데, 이때 황당한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지정하지 않기로 했던 업무대행 건축사를 새로 지정 받아 검사 및 확인을 받아오면 바로 임시사용승인을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설계사 입장에서 처음과 다른 내용으로 건축주에게 통보하는 담당 공무원의 애매한 처리에 분통이 터졌다. 건축법과 시행령, 지자체 조례를 모조리 다시 찾아봤지만 명확하지 않았다. 건축법과 그와 관련된 법들의 많은 항목들이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표현이 모호했다.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이다. 허가권자의 재량을 늘여준다는 취지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실무 일선에서는 이렇게 혼선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 현장은 수 주일의 시간을 허비하고 업무대행 건축사의 확인을 받아 임시사용승인을 받았다.
 

▲ 모호한 법적 절차와 전례에만 매달리는 일부 지자체 담당자들의 행태는 결국 건축주의 피해로 온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전례만 찾고 근거 없는 속단으로 일하는 그들

 
또 다른 사례는 경기도 지역에서 약 50채 정도의 도시형 연립주택을 설계할 때의 일이다. 대지 상황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한 결과 주거환경 및 사업성 개선을 위해 법적 기준상 주택 부분 4개 층만 허용하는 연립주택을 5개 층으로 계획하고, 건축심의를 통해 층수 규제 완화를 받고자 했다. 이는 주택법상 필요 시 건축심의를 통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항이다. 참고로 상당수의 자치지역에서는 위와 같은 층수 완화 건축심의 때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충족 시 층수 완화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지자체에는 이 같은 기준이 없었다. 이제까지 층수 완화 건축심의를 신청한 경우도 없었다며 담당 공무원은 난색을 표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굳이 신청을 해야겠냐”라는 말까지 하면서, 신청해도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상황일 때 완화 신청이 가능한 것인지, 허가권을 가진 담당 공무원과 심의의원들이 어떤 근거로 완화를 허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취지 설명이 법률에는 없는 것이다. 지금은 담당자를 설득해서 법에서 명시된 데로 건축심의를 신청해둔 상황이지만, 정작 건축심의 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마지막 사례는 필자가 비교적 소형인 대지에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복합시설을 계획할 때의 일이다. 규모에 비해 대지가 작을 경우, 공동주택의 세대수 대비 법적으로 요구되는 주차시설 설치 수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세대 당 요구되는 주차시설을 충족시키며 최대한의 효율로 기획설계를 했고, 이를 담당 허가권자와 협의했다. 대지 형태를 고려하다 보니 일반적인 공동주택 세대의 구성과는 사뭇 달랐으며, 필자는 이를 최대한 쾌적한 환경으로 구성하려 애를 썼다.

이를 본 담당 공무원의 대답은 터무니없었다. 빡빡한 주차장 구성과 평면의 구성을 볼 때, 향후 불법적인 사용이 용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평면 형태를 전면 수정하라는 것이었다. 향후에 불법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미리 지레짐작으로 설계자를 죄인 취급하듯이 말했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복지부동이었다.

할 수 없이 평면 형태를 수정하고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설계가 되고 말았다. 건축주로부터는 능력 없는 설계자로 보였을 것이다. 일부 건축 담당 공무원들의 지레짐작은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아는 한 자치구에서는 향후 불법적인 사용을 금지한다는 명목으로 1층 근린생활시설 내부에 화장실 설치를 금지하는 곳이 있다. 주거시설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동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건축주

 
위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근거 없는 규제들은 경직된 행정처리를 불러올 수 있고,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근거 없이 제약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중소형 건축의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등 각 단계 별로 일부 지자체의 모호한 법률과 절차, 일부 담당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건축의 공공적 성격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규제를 하거나 완화를 할 때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들이 각 지자체별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예비 건축주들은 위와 같은 사례들을 참고해서 해당 지자체의 각종 법규와 규제, 사례들을 발로 뛰며 알아본다면 성공적인 건축 프로젝트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아닐 경우,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건축주가 되기 때문이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김경민
- 계약/견적
- 여기건축사사무소 대표/소장
- 행복 건축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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