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자금 충당의 두 얼굴, 외상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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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건축자금을 보충하는 관행, 외상공사

부동산 개발사업에 있어 토지대, 건축비, 인허가 비용, 금융비용 등을 합친 것을 총사업비라고 하며, 총사업비는 크게 에쿼티(자기자본)와 차입금(타인자본)으로 나누어진다.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사람 중에 자기자본만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99%의 개발업자들은 차입금(레버리지)을 활용하여 자기자본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자 한다. 특히 자기자본이 부족할수록 더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차입금의 비율을 올리고자 하게 되는데 이때 시공사들이 제공하는 소위 외상공사는 부족한 자기자본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이곤 한다.
 
건축주와 도급계약을 맺는 시공사는 당연히 건축 허가 도면 등에 따라 부실 없이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을 지어 줄 의무를 갖는다. 그런데 시공사는 건축주 외에 PF자금을 대출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무를 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책임준공 확약이다. 이는 건축주의 자기자본과 금융기관의 대출금만으로 전체 공사비가 충당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건물을 준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금융기관들이 PF자금을 대출하면서 튼튼한 시공회사를 선호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책임준공에 대한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꽤 많은 사업장에서 실제 총공사비는 건축주의 자기자본과 차입금의 합계 보다 크다. 즉, 시공사가 일정 부분의 공사를 외상으로 해주고 준공 이후 대환대출이나 분양대금 등을 통해 미수 공사비를 받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공사의 외상공사 채권은 PF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 대비 후순위의 권리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건축주가 부도가 나면 금융기관이 전체 채권을 회수한 이후에나 공사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시공사의 외상대금 채권도 건축주의 자기자본 또는 시행이익보다는 우선한 권리를 갖기는 한다. 그래서 필자는 시공사의 외상공사를 에쿼티(자기자본)성 차입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외상공사 외에도 시공사가 직간접적인 형태로 건축주(시행사)의 부족한 자기자본을 보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중소형 건축 프로젝트의 약이 되고 독도 될 수 있어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시공사의 외상공사를 활용하여 부족한 사업비를 충당하고 금융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현장의 경우 시공사들이 수주를 하기 위해 외상공사와 에쿼티 보강 등을 건축주에게 제시하곤 한다.

그런데 사업성이 좋지 않은 현장에 재무구조도 좋지 않은 시공사가 공사를 수주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높은 외상 비율을 제시하여, 건축주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시공사도 공사를 진행하고 준공을 하기 위해 하도급업자나 자제 납품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너무 높은 비율로 외상공사를 진행하다가 시공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되는 것이다. 이 경우 건축주는 물론 건축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 하도급 공사를 한 업자 등 모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 외상공사는 건축 자금 부족을 해결할 수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영업수단, 건축주를 현혹하는 도구로 전락한 경우

 
최근 건설경기의 불황으로 시공사들은 일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들 중 일부는 공사 수주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높은 외상 비율로 건축주를 현혹시켜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중간에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추가 자금 투입을 요구하며 공사를 중단하거나 공사를 다 해 놓고도 준공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처음의 약속과 달리 준공 후에 받기로 한 공사비 납부를 요구하는 것이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공사가 멈추게 되면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가 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금리 등 불리한 조건으로 후순위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건축주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P2P 대출(인터넷을 통해 개인투자자와 대출 신청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시장을 찾아오고 있다.

다행히 담보가치가 충분해서 후순위 대출이라도 받을 여유가 된다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해당 현장은 장기 부실 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외상공사와 관련해 그동안 직접 겪은 실제 사례들을 공유해본다. 필자의 회사에서 경기도 화성시에 다세대 주택 건축자금을 대출한 적이 있다. 해당 사업의 시공사는 처음에 전체 공사비의 50%만 있으면 건물을 준공해 주기로 약속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사업비 부족을 명분으로 당사의 후순위로 초 고금리의 사채를 사용하도록 건축주를 압박했다. 또한 공정률이 100%가 되었음에도 준공(사용승인)에 필요한 각종 필증 등을 넘겨주지 않으며 외상대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사업을 지연시켰다.

이에 필자는 대출 약정 시 작성한 시공사의 의무를 규정하는 각종 문서를 근거로 시공사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서 겨우 건물을 준공시킬 수 있었다. 간신히 준공은 되었지만 해당 현장은 예상보다 길어진 사업 기간으로 건축주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대출에 부실이 발생했다. 결국 이 현장은 경매를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비율의 외상공사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외상 비율이 높은 공사일수록 공사 단가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필자의 가까운 지인이 경기도 일산에서 다세대주택을 시행했는데, 준공 후 분양을 하면서 시공사와의 정산 과정에서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 시공사는 토지를 가지고 있던 필자의 지인에게 '전체 공사비의 20%만 주면 건물을 지어주겠다'라고 제안해서 공사를 맡겼는데, 막상 준공 후에 분양을 하면서 보니 건축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보니 일단 시공사가 제시한 80%의 외상 비율이 놀라웠고, 도급 계약서를 보고 나서 높은 공사 단가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인 건축단가대비 20% 정도가 부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단가로 공사를 했으니 건축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사례는 건축주의 자기자본 부담능력과 담보가치가 충분했기에, 처음부터 제대로 PF자금을 대출받아 정상적인 비율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진행했다면 금융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오히려 더 많은 사업비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공사의 말만 믿고 사업수지 검토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던 점이 원인이었다.

외상공사의 적정 비율을 지키는 것이 최선


물론 위 두 사례와 달리 시공사의 외상공사를 잘 활용해서 성공적으로 건축을 진행한 경우도 많이 있다. 역시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건축자금을 대출한 서울 상계동의 한 다세대주택 신축현장의 경우, 부족한 사업비를 보완하기 위해 전체 공사비의 20% 정도를 시공사의 외상으로 진행했고, 시공사는 계약대로 정확히 공사를 끝냈다. 또 시공사가 처음 계약했던 대로 상대적으로 이자가 비싼 P2P 대출금 등을 모두 우선 상환하도록 협조했고, 이후 분양대금 및 임대 보증금으로 외상공사대금을 받았다. 당연히 이 현장은 건축주, 금융회사, 시공사 모두 손해 없이 성공적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마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적절한 비율의 외상공사(건축비의 20% 내외)는 건축자금 부족을 보완해 줄 수 있고 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시공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비율의 외상공사 비율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하기에, 소탐대실을 막기 위하여 건축주들은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김영빈
- 금융
- ㈜포켓핀테크 대표이사
- 금융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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