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많나” “애완견 키우나” 세입자 면접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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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4년 계약시대 자구책…“신원 확실, 집 깨끗이 쓸 가족 우선”

“앞으로는 신원이 확실하고 집을 깨끗하게 쓸 만한 세입자인지 간단하게 면접을 볼 생각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에 아파트 한 채와 단독주택 3채를 소유한 황모(44)씨 얘기다. 그는 “젊은 신혼부부에겐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줬는데 계약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니 생각이 달라졌다”며 “애완견을 기르거나 어린 자녀가 많은 집은 피하게 될 거 같다. 집 파손에 따른 다툼에 대비해 계약서도 최대한 세세하게 쓸 계획”이라고 했다.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한 ‘임대차 3법’이 지난달 31일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전·월세 시장에 부는 후폭풍이 거세다. ‘법대로’를 주장하는 세입자에 맞서 임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집주인(임대인)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주요 국가의 주택임대차 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독일·미국 등에서 보편화한 세입자 면접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할 때 재직증명서나 통장 내역 등을 요구한다. 꼬박꼬박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믿을 만한 세입자인지를 확인하는 평판 조회도 외국의 임대차 계약에는 일반적인 절차다. 주요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외에도 원상복구 의무 등을 강화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꼼꼼히 담는 방안 등 세입자를 깐깐하게 가려 받기 위한 각종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 임대차시장의 전월세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면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세입자 면접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세입자 가운데서는 새 임대차법을 악용하려는 사례도 나온다. 세종시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인 한모(46)씨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한씨는 지난달 1일 세입자에게 전세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알리고 29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잔금은 전세계약이 끝나는 다음 달 9일로 정했고, 실거주할 계획인 매수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잔금 날짜에 맞춰 팔았다. 그런데 지난 2일 세입자가 “임대차법 시행으로 나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생겼다. 2년 더 살겠다”고 한씨에게 연락을 했다. 한씨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경우는 계약갱신요구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라며 “‘날 내보내고 싶으면 손해배상을 하든지 명도 소송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집도 못 팔고 계약금(9000만원)에 해당하는 배상금만 날릴 판”이라며 “세입자가 이런 상황을 노리고 금전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 시장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계약은 6304건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000건대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최다를 기록했던 2월(1만3661건)의 46% 수준이다. 경기도도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2월에 2만7103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이래 계속 줄어 지난달에는 1만2326건(경기부동산포털)으로 내려앉았다.
  
반대로 집값은 달아올랐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값은 전월 대비 1.12% 올랐다. 지난해 12월(1.24%)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종시는 지난달 6.53% 올라 전국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세종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1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