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40평 강남 아파트인데…'아리파' 48억 '변품아' 11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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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아파트 강남 중대형인데 서울 평균보다 저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사는 ‘변품아’(변창흠을 품은 아파트, 온라인 신조어)가 화제다. 고가로 유명한 강남 아파트인데 턱없이 저렴해서다. 
  
변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40평대(전용 129㎡) 중대형 아파트에 산다. 올해 공시가격이 6억5300만원이다. 도로 건너편에 대형 건설사가 지은 400가구 아파트 단지 내 20평대(전용 59㎡) 공시가격이 8억6100만원이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 변 후보자 집과 같은 크기인 전용 129㎡는 34억4000만원이다. 
  
변 후보자가 올해 낸 보유세는 재산세 167만원이다.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여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같은 크기의 아크로리버파크 보유세는 재산세 1200만원과 종부세 2300만원 등 합친 3500만원이다. 같은 크기인데 집값은 5배 정도, 세금은 20배 넘게 차이가 난다. 
  

▲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40평대 실거래가가 50억원에 육박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서초구 방배동에 살고 있는 같은 크기 아파트 시세는 10억~11억원 선이다.


서울 평균보다 싼 평당 가격

 

현재 변 후보자의 집 시세는 10억~11억원 정도다. 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고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보는 금액이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68%)을 적용한 연초 시세가 9억6000만원 정도였다. 같은 크기 아크로리버파크가 실거래는 48억5000만원을 찍었다. 
  
단위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변 후보자 아파트값은 3.3㎡당 2600만원으로 서울 평균 3600만원(한국감정원 11월 주택가격동향)에 한참 못 미친다. 변 후보자 집이 속한 서초구의 경우 6000만원이다.
  
3.3㎡당 최고 1억원을 돌파한 강남에 어떻게 이런 저렴한 아파트가 있을까. 지역은 강남이지만 주택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재료가 없어서다. 
 

▲ [자료 업계 종합]

 
근래 서울 아파트값을 주도해온 키워드는 재건축·신축·대단지·브랜드·교육이다. 변 후보자 아파트는 14가구로 구성된 1개 동의 ‘나 홀로 아파트’다. 7층으로 한 개 층에 2가구씩 들어서 있다.  
  
2002년 지어져 재건축 허용 연한(30년)도 아직 멀었다.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300%로 재건축하더라도 집을 더 지을 여유가 없어 사업성이 없다. 중견 건설사가 지어 내로라할 만한 문패를 달고 있지도 못하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법적으론 5층이 넘어 아파트로 분류하지만 규모 등에서 4층 이하 다세대·연립주택가 해당하는 ‘빌라’에 가까워 ‘빌라트’로 불린다”고 말했다.
  
강남에 이런 홀로 아파트가 많다. 1970~80년대 강남이 개발되면서 평지는 반포·개포 등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됐다. 아파트 지구 외곽은 주로 단독주택가였다.  
  

집값 호재와 거리 멀어

 
2000년대 들면서 단독주택가 개발 붐이 일었다. 지은 지 30년가량 지난 단독주택이 노후화한 데다 집값이 뛰면서 주택 수요가 늘었다. 주로 낡은 단독주택 2~3가구를 합쳐 5층 이상 아파트나 4층짜리 다세대·연립주택을 지었다. 변 후보자 아파트 대지면적은 574㎡(173평)다. 부지가 크지 않아 사업이 빨랐다. 20가구 미만이면 주택 건설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도 청약통장 등 자격 제한 없이 가격도 임의로 정해 분양할 수 있었다. 20가구 넘게 지을 수 있어도 땅을 나눠 20가구 미만으로 줄이기도 했다. 
  
국민은행 부동산정보에 따르면 방배동만 보더라도 아파트·다세대·연립 단지가 250개 정도다. 이 중 20가구 미만이 5곳 중 3개꼴인 150여개다. 20여개가 19가구다. 집 크기가 큰 중대형이 많았고 업체들이 고급주택 이미지를 내세웠다. 영어·프랑스어 등 외국어를 활용해 단지 이름을 붙였다. 
 

▲ [자료 업계 종합]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각종 규제를 받아야 하는 대단지 개발보다 사업성이 좋아 업체들이 많이 달려들었다”며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남 사교육 중심지들에선 떨어져 있어 교육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형 건설사의 재건축 대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큰 주택형 인기가 떨어지면서 홀로 단지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 이 아파트를 샀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구매 가격이 5억2300만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거래가격이 4억5000만원이었던 도로 건너편의 20평대 아파트를 사고 남을 돈이었다.
  
14년이 지난 현재 변 후보자 집이 5억 정도 오르는 사이 도로 건너편 20평대는 2배인 10억원가량 뛴 15억원까지 거래됐다. 당시 변 후보자 집값과 같았던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실제 거래가격이 올해 초 재건축 착공 전 20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홀로 단지도 양극화

 
 
홀로 단지 중에서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끄는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8가구의 트라움하우스 5차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부동의 1위 단지다.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19가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13가구) 등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톱10’에 오르락내리락한다.
  
김신조 사장은 “홀로 단지도 보안이 뛰어나고 주변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으면 대단지를 꺼리는 고급 주택가 남아있어 지금도 개발이 끊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고급 홀로 아파트가 강남구 청담동 옛 효성빌라를 다시 지은 효성빌라청담101(18가구)이다. 2019년 지어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9위(58억4000만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