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2억 줄이려 3억 쓴다? 묻지마 공동명의는 ‘배보다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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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공동명의·단독명의 따져보니

주택을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동명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같은 사회적 추세와 함께 절세에 유리한 경제적 동기로 늘어나던 공동명의 증가에 제동을 걸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걸림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공동명의도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는 60세 이상, 5년 이상 보유자에 최고 80%까지 세금을 깎아준다. 그동안 1세대 1인 1주택만 해당해 1세대 2인 1주택인 공동명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받게 되면서 양도세를 포함해 보유·양도 단계의 세금 절세에 공동명의가 매우 유리하게 됐다. 종부세·양도세가 만만찮은 고가주택 중심으로 단독명의에서 공동명의 변경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용이 관건이다. 
  

▲ 공동명의도 종부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고가주택의 공동명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 연합뉴스]


공동명의는 유리한 과세방식 선택

 
 
내년부터 공동명의는 단독명의와 공동명의의 이점을 모두 누린다. 과세방식을 단독명의와 공동명의 중 유리한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어느 게 나을까. 세무사들에 따르면 고령자·장기보유 공제의 절세 효과가 제한적이다. 금액이 비쌀수록, 본인에 해당하는 공제비율이 높을수록 단독명의가 낫다.
 

▲ [자료 국세청]

 
공시가격 12억원까지는 종부세가 ‘0’인 공동명의가 낫다. 공동명의이면 1인당 6억원씩 12억원을 공제받기 때문이다. 12억원이 넘으면 따져봐야 한다. 
   
김종필 세무사의 모의계산 결과 내년 기준으로 단독명의로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받는 게 유리한 구간이 공시가격 15억원에선 공제비율 70% 이상, 30억원 50% 이상, 50억원 30% 이상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15억원이고 연령·보유기간에서 70% 이상 공제받지 못하면 공동명의 세금이 적다는 뜻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고령자·장기보유 공제가 과세표준(세금 계산 기준 금액)을 낮추는 게 아니라 산출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어서 산출 세액이 많이 나오는 비싼 집일수록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시세가 36억원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의 내년 종부세를 공동명의와 단독명의로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공시가격을 29억5000만원으로 보면 공동명의 종부세가 1200만원이다. 단독명의는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비율에 따라 450만(80%)~2200만원(0%)이다. 
  
고령자·장기보유 공제가 전혀 없는 단독명의는 공동명의로 바꾸면 세금 10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공제비율 50%까진 공동명의가 유리하다. 60%부터 단독명의 세금이 적다. 공제비율 80%에 해당한다면 단독명의로 세금을 내면 공동명의보다 750만원을 줄인다.
 

▲ [자료 김종필 세무사]


단독명의를 공동명의로 바꿀 경우 공제비율 50%까지는 공동명의로, 60% 이상에선 단독명의로 종부세를 내면 된다. 내년 종부세를 1000만원 정도까지 아낄 수 있고 10년이면 늘어나는 종부세를 고려해 1억~2억원을 줄인다. 
  

시세 기준 증여세 '폭탄'

  
 
공동명의는 나중에 매도 때 양도세도 줄일 수 있다. 시세차익을 둘로 나누기 때문에 각자의 차익에 적용하는 세율이 낮아져서다. 
   
1년 전 34억원에 산 아크로리버파크 84㎡를 지금 공동명의로 바꿔 10년이 지난 2031년 50억원에 판다고 보자. 계속 거주한 경우 단독명의 양도세가 8700만원이다. 시세차익이 16억원인데도 양도세가 많지 않은 이유는 1주택자가 9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고 10년 이상 보유·거주하면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때문이다.  
 

▲ [자료 김종필 세무사]

 
공동명의이면 6000만원으로 단독명의보다 2700만원 줄일 수 있다. 종부세 절감액을 합치면 2억2700만원까지 아낀다. 
  
단독명의를 공동명의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공동명의 변경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증여세와 증여 취득세다. 증여세는 시가를 기준으로 매긴다. 부부간 6억원을 공제하더라도 세율이 10~50%로 높다. 아크로리버파크 84㎡를 배우자에게 절반(18억원) 증여하면 증여세가 3억1000만원이다.  
  
증여 취득세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4%다. 아크로리버파크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취득세가 5100만원이다. 증여 비용이 총 3억6000만원이다.  
  
종부세·양도세 2억여원을 아끼기 위해 2배에 가까운 3억6000만원을 쓰는 셈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증여 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단독명의를 공동명의로 바꾸는 실익이 많지 않다"며 "보유 기간, 예상 매도가격 등을 고려해 꼼꼼히 세금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 비용 부담 없는 분양권

 
 
공동명의 활성화를 위해 배우자 간 증여세 공제 금액을 상향 조정하고 증여 취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우자 간 증여세 공제 금액은 2007년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조정된 뒤 13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이 사이 집값 상승을 고려해 9억원 등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증여 취득세 세율은 4%로 일반 주택(1.1~3.5%)보다 높다. 
  
기존 주택보다 증여세와 취득세 부담이 적은 분양권은 공동명의로 바꾸기 쉽다. 증여세 기준 금액이 분양가가 아니고 증여 시점까지 납부한 분양대금이다. 분양가가 12억원이더라도 계약금(10%)만 낸 상태에서 분양권 절반을 증여하면 증여금액이 6000만원이다. 분양가에 상관없이 납부한 분양대금이 12억원을 넘기 전에 증여하면 증여세가 없다.  
  
분양권은 권리여서 취득세가 나오지 않는다.  
  
이우진 세무사는 “입주 이후엔 시세가 뛰고 취득세도 내야 하므로 증여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