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헐고 20층 만들자" 서울 주택 가뭄 새로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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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형태의 임대주택 ‘컴팩트시티’ 관심

서울 주택시장은 공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주택공급 계획도 효과가 없다. 주거 여건이 불편해도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에 매달리는 정부 대책이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다”는게 시장의 목소리다. 
  
수요(시장)와 공급(정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진화한 형태의 임대주택인 ‘컴팩트시티’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도심 속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공주택과 생활 기반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콤팩트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서울 강동구 강일동 버스차고지 등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중랑구 신내동의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 서대문구 연희동과 은평구 증산동의 빗물펌프장 복합개발 사업 등도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서울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열린 컴팩트시티 포럼 좌담회에서는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더는 집을 지을 빈 땅이 없다’는 서울 도심에 컴팩트시티가 공급 가뭄을 해갈할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세용 SH공사 사장과 김동주 연세대 연구교수, 남순성 한국건설계측협회장,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에서 열린 '컴팩트시티 포럼 좌담회'. [사진 SH공사]

  

Q. 컴팩트시티 도입 배경은.

 
김세용 “2018년 1월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강남 대체 공급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까지 논의됐다. 그린벨트는 해제 여부를 떠나서 공급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손상돼 녹지 역할을 못 하는 곳은 해제해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말 그대로 ‘벨트’의 기능이 중요하다. 서울을 감싸는 형태의 그린벨트는 그 자체로 환경보존 역할을 하는 만큼 도심 알짜 부지에 신속하게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나온 것이 컴팩트시티다.”
 
김동주 “선진국에서는 이미 컴팩트시티 같은 형태의 주택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선 교통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문제가 부각되자 (컴팩트시티를) 시작했다. 서울처럼 빈 땅이 없는 곳에서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나 역세권의 개발도 가능하고 지역 내 커뮤니티까지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이다.”
 

Q. 컴팩트시티를 설명한다면.

   
김세용 “단순히 용적률을 높여서 고밀 개발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차량 부지나 공용주차장, 버스 전용 차고지 같은 저이용 부지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물량을 지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주민센터와 소방서, 경찰서 부지 등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용이다. 공공소유라 땅값이 거의 제로다. 건축 원가가 작다는 의미다. 땅값이 거의 들지 않으니 건축비를 넉넉하게 써서 가구별 인테리어를 비롯한 맘카페나 수영장 같은 커뮤니티도 조성할 수 있다.” 
 

▲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조성 예정인 콤팩트시티(사업명 ‘강일 버스 공영차고지 입체화 프로젝트’) 투시도.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이 부지 지하에 버스터미널을 새로 지으면서 지상부에는 청년과 신혼부부용 공공주택, 공원, 상업·체육시설, 일자리센터 등을 건설할 방침이다. [사진 서울시]

 

Q. 일반 임대주택과 차이는.

  
남순성 “선진국에선 도시가 확장되면서 교통 수요가 늘었고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컴팩트시티를 시작했다. 선진국 대부분의 도시화율은 90% 이상이다. 일본 95%, 미국 84% 등이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서울은 메가시티이자 컴팩트시티가 될 수 있다. 토지 효율성을 높이면 자연스레 국가 경쟁력을 높아지게 된다. 고밀 개발하고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김세용 “디자인이 다르다. 땅값이 거의 들지 않아 기존 임대주택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도입할 수 있다. 건축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센터나 경찰서 등을 활용할 경우 입지가 좋다. 2층짜리 주민센터 건물을 헐고 20층으로 만들어서 저층 일부는 주민센터가 쓰고 나머지는 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거다. 질적 공급을 해보자는 취지다. 서울에 주민센터만 400여 곳이 있다. 구로구 오류동은 이미 완공해서 이달 입주한다. 수영장이나 맘카페 같은 커뮤니티도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하고 그 운영 비용으로 관리비 절감도 할 수 있다. 자연스레 ‘소설믹스’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왼쪽부터 김세용 SH공사 사장,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남순성 한국건설계측협회 회장, 김동주 연세대 연구교수. [사진 SH공사]

 

Q.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현수 “뉴욕에서 아주 작은 집을 봤다. 정말 작은 공간인데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 갑자기 침대가 사라지면서 차 마실 공간이 나오는 식이다. 컴팩트시티를 조성하면 도심에 인공적이지만 녹지가 생기게 된다. 옥상정원 등이다. 가장 좋은 경관은 자연이지만, 인공적으로라도 녹지를 누리려면 디자인적 요소가 많아야 한다. 한국형 컴팩트시티를 개발하고 특화하려면 나름의 원칙이 필요하다.”
 
김세용 “청년의 경우 행복주택에 최대 6년 살 수 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구를 다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때문에 침대나 책상, 에어컨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전?가구는 물론이고 주변 여건까지 고려한 개발이 필요하다. 걸어서 10분 안에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도록 컴팩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는 만큼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하려 한다.” 
 
남순성 “임대주택을 고급화해서 누구나 살고 싶은 집으로 만드는 것은 좋다. 문제는 비용이다. 개발비와 고급스러운 부대시설 유지 관리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입주 대상을 정확히 할 필요도 있다. 극단적인 얘기지만, 젊은이와 노인이 한 단지에 섞여 사는 것은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다. 빈부 격차가 큰 계층이 섞여 사는 것이 좋을 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억지로 ‘소셜 믹스’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컴팩트시티란


미래 후손에 물려줄 녹지 등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욕구를 총족시키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도시의 평면적 확산 억제, 도시 외곽부 녹지 보존, 택지개발 자원 고갈 및 높은 지가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인 택지 확보 방안의 하나로 꼽힌다. 저이용 공공시설 부지를 활용해 저렴한 공공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은 물론 필요한 편의시설을 함께 공급하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