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3만 가구, 서울엔 분당 3개 규모 공급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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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5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앞선 대책보다 획기적인 제안이다. 재건축 사업의 관건인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여 주민 관심이 높아질 것 같다.”(서울 서초구 잠원동 김성진 신반포19차 재건축조합장)

“토지 확보가 쉬워져 주택 개발사업의 큰 고민 하나를 덜 수 있다.”(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정부가 4일 발표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 이전 대책들보다 공급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 평가다. 하지만 주로 그동안 경험이 없었던 공공 주도의 새로운 공급 방식이어서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속도전’으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택공급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당초 정부 예상과 달리 주택공급 부족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지속적인 국민소득 증가와 최근의 이례적인 가구 분화로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불안 심리 해소를 위해 추가적인 주택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서울 32만 가구, 공급쇼크 수준”


 

▲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의 공급물량이 83만 가구로 연간 전국 주택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에 공급될 32만 가구는 서울시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말했다. 32만 가구는 약 10만 가구가 있는 분당신도시의 3배 규모다.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급 방식을 공공 주도로 계획했다. 낡은 주택지를 개발하는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노후주거지에서 공공이 직접 집을 짓는다. 그동안 사업 주체는 조합 등 민간이었다.
 
정부는 “공공이 시행하면 민간 개발이익 사유화에 따른 문제 등으로 지체되던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세입자 내몰림 등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공 시행 문턱을 낮춘다. 주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공공이 시행할 수 있다. 기존 재축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이 4분의 3 이상이다. 역세권 등 공공 시행엔 토지 수용권이 주어진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극소수 지주가 땅을 팔지 않는 ‘알박기’로 버티면 사업하기 어려운데 땅을 확보하는 토지 작업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 시행 ‘당근’으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층수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일정한 수익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박영준 강변·강서 재건축 조합장은 “기존 용적률, 기부채납 규제로는 재건축하면 집 크기가 더 줄어들어 사업을 하지 못했는데 이런 규제가 풀리면 재건축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13년 이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공이 주도하는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저승사자’로 불리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재건축부담금)을 안 내도 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으로 해당 지역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집값에 대해 입주 후 최고 50%까지 현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사업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규제다.
 
개발 사업으로 확보하는 주택은 분양 아파트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분양은 70~80%, 공공임대·공공자가주택은 20~30%의 비율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빨리 새집을 받을 수 있고 재건축부담금도 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관심을 끌 것”이라며 “사업이 지지부진했거나 초기 단계인 곳에서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업성이 좋은 강남 대단지는 미온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4000가구 정도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정복문 조합장은 “주민이 재건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아파트를 짓고 싶어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공공 시행에 얼마나 찬성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월세 수요는 당분간 더 늘어날 듯


 
전문가는 시장에 심리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도심 주택 공급의 물꼬를 터 시장에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를 강하게 준다”고 분석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대적인 도심 주택공급 대책이어서 집을 사야 할지 심리적으로 쫓기던 매수자가 한숨 돌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이 많다. 정부가 예상하는 물량 대부분이 민간이 나서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다. 서울 공급물량 32만 가구는 모두 주민 동의 등 민간이 참여해야 사업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용적률 상향, 건축규제 완화 등에 따른 고밀 개발로 주거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며 “일조권·교통체증 등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민간 공급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공공만으로는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 자체 주택사업을 통한 공급도 늘릴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 불안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의 공급 계획 물량이 ‘주택’이 아니라 ‘부지’ 기준이다.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데다 공급 확대 대책에 따라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월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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