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주도 공급은 부동산 사회주의, 군사독재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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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전 의원 인터뷰

“섬뜩하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인터뷰 내내 이 표현을 자주 썼다. 공공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설명할 때도, 2·4 대책의 공급 물량에 대해서도 그는 ‘섬뜩하다’고 표현했다.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은 시장의 기능을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것이어서, 2·4 대책의 83만6000가구는 ‘대선 공약’으로 읽히기 때문이란다. 15일 국회에서 김 위원을 만났다. 야당의 단순 공세가 아닌 전문가의 시각에서 진단한 부동산 정책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다. 김 위원은 도시계획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을 거쳐 1995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국토건설·도시계획·주거정책 문제를 다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일산신도시(고양정)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정치권에서 유일한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5일 국회에서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2·4 대책에 대해 “사전 청약이나 부지 확보를 두고 ‘주택 공급’이라고 하는데 밀가루만 확보해 놓고 빵이라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Q. 2·4 대책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A. “사전 청약이나 부지 확보를 두고 ‘주택 공급’이라고 한다. 빵이 아니라 밀가루만 확보해 놓고 빵이라고 하는 격이다.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2·4 대책은 실상이 없다. 꿈의 정책에 가깝고, 정치적인 정책이다.”
 
Q. 정치적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A. “2·4 대책은 내년 대선 공약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숫자 때문이다. 기존 공급 대책까지 다 더하면 200만 가구가 조금 넘는데, 200만 가구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정부로서는 역대 최대라는 상징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미 우리는 1989년 200만 가구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이런 마당에 150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역대 최대’라고 각인시킬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숫자만 맞춘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첫 삽은 고사하고 신규 택지 지구지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도 이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상적인 것을 던져 놓고 ‘우리를 뽑아줘야 이걸 할 수 있다’고 지자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선택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출구 전략도 동시에 갖춘 잘 만든 공약이다.”
  

공공재건축 잘 될거라 보는 사람 드물어


 
Q. 주택 공급이 잘 안 될 것으로 보는 건가.

A. “그렇다. 공공재건축만 해도 정부는 꽤 많은 인센티브를 줬으니 재건축조합이 참여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공공재건축이 잘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공재개발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재건축 내부 사정을 알면 이렇게 낙관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주택 수요자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 고령자는 재개발·재건축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이사를 가야하고, 연금으로 근근이 사는데 추가분담금도 내야 한다. 그게 싫어서 현금청산(재개발·재건축 때 보상을 받고 나가는 것)을 하려고 해도 갈 데가 없다. 서울·수도권 집값·전셋값이 급등했으니. 몇 가지 인센티브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Q. 공공이 하면 좀 낫지 않을까.

A. “공공이 하면 13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5년 만에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사업이 착착 진행되다가도 사소한 분쟁이 생기면 멈춰 설 수 있는 게 재개발·재건축이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없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없지 않나. 공공이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령 집값이 급등하거나 반대로 폭락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아무리 공공이 주도하더라도 이렇게 되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5년 내 사업 완결은 그저 꿈일 뿐이다.”
 

▲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Q.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 개발은 밀어붙이고 있다.

A. “동자동을 보면 10여 년 전 ‘용산사태’가 떠오른다(용산사태는 2009년 경찰이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던 상가 세입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세입자·경찰 등 6명이 숨진 사건이다). 용산사태와 뭐가 다른가. 다르다면 그때는 민간이 개발 주체였지만, 지금은 공공이라는 정도다. 부동산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4 대책 다음 날인 5일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000㎡를 공공주택지구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 건물·토지주들은 “정부가 사전 협의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토지주와 집주인에게 충분한 보상과 설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건물·토지주들은 “사유 재산을 현금청산이라는 방법으로 강탈하려 하고 있다”며 기존 방식대로 민간 개발로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Q. 대책 때마다 위헌이나, 재산권 침해와 같은 논란이 나온다.

A. “정부는 자신들이 의도한 설정대로 모든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죄악시한다. 이건 운동권 특성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공공이 하면 선(善)이라는 선입견, 아니 신념을 갖고 있다. 그 이면에는 그동안 민간이 개발이익을 독식해왔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에 따라 잘 사는 사람만 더 잘 살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전쟁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라서 공공이 개발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아니지 않나. 싱가포르처럼 토지를 국유화한 상태라면 또 모르겠다. 민간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토지 소유권이나 건물의 재산권을 이런 식으로 정부가 가져가서 하는 건 사실상 불가하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군사독재 시절과 타이틀만 바뀌었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사회적 지위를 쟁취해왔던 사람들인데, 싸우면서 배운다고 그들이 군사독재 시절과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Q. 결과적으로 2·4 대책도 집값 안정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가.

A.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서울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30대가 집을 가장 많이 샀다. 30대는 2017년 이후 집 사는 비중이 확 줄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이른바 패닉바잉(공포 매수)인데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경제력을 고려하면 보통은 40대는 돼야 집을 살 수 있다. 정부가 미래 수요까지 다 끌어온 것이다. 이걸 막아야 하는데 2·4 대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고용·노동·교육 정책과 맞물려 풀어야


 
Q. 집값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보나.

A. “런던이나 파리, 뉴욕 등 주요 나라 대도시는 집값이 우리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서울은, 서울이 지닌 가치에 비해 집값이 비싸다.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정부 정책이 자꾸 이상한 곳으로 가니 집값은 올해도 오를 것 같다. 임대차시장 불안도 이어질 것 같다.”
 
Q.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는 뭔가.

A. “주택에 한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를 따라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나라가 없다. 부동산 정책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큰 틀에서 만들어야 한다. 주택 안에 갇혀서 돈의 문제로만, 가격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주택 문제는 고용·노동·교육 정책을 같이 가져가지 않으면 해결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재택근무가 보편화한다면 꼭 서울이 아니라 좀 멀리 나가서 살 수도 있는데, 이처럼 고용·노동정책 등과 맞물리면 풀 수 있는 고리가 꽤 있다.”
 
김 위원은 당장 주택시장 숨통을 틔우기 위해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를 주장했는데 이제는 욕심이 생긴 것”이라며 “돈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취득·양도세와 같은 거래세가 꽤 많이 걷히니까 거래세를 낮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을 현금인출기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취득세는 단일세율로 확 낮추고, 양도세는 다른 소득과 마찬가지로 정상 세율(6~45%)로 가야 한다”며 “그래야 매물이 늘고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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