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수용 보상용 땅, ‘로또 아파트’보다 특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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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투기로 점철된 신도시 개발

‘시세 반값 이하, 가격 한도 없이 80% 대출, 계약 직후 전매 가능, 종부세 감면’. 역대 전례 없는 고강도로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현 정부에서 꿈꾸기 힘든 파격적인 조건이다.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이하인 ‘로또 아파트’만 해도 온갖 규제가 얽혀 있다. 분양가 9억원 이하의 중도금 대출 한도가 40%다. 9억원이 넘으면 대출받지 못한다. 준공 후 시세가 15억원이 넘어도 대출이 안 된다.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입주 후 7년)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시세가 올해부턴 12억5000만원 이상, 2025년엔 10억7000만원 이상이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혜택이 넘치는 ‘꿈의 로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으로 관심을 끄는 ‘보상용 주택용지’다. ‘이주자택지’와 ‘협의양도인택지’로 나뉜다. 다가구 등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일부는 음식점 등을 들일 수 있다(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 정부합동조사단 발표로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 등에 이어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경기 과천지구 모습. [사진 뉴시스]


이주자택지는 신도시 예정지 공람공고일(발표일) 이전 1년 전부터 집을 갖고 있으면서 거주한 원주민이 받을 수 있는 땅이다. 집과 땅에 대한 현금 보상에 추가해 이주대책으로 준다. 협의양도인택지는 공람공고일 기준으로 일정 면적(수도권 1000㎡) 이상 땅을 가진 사람 중에 LH의 보상 협의에 응한 지주가 대상이다. 원주민이든 외지인이든 상관없다. 보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당근’이다. 보상 협의를 거부하면 강제로 수용되고 별다른 혜택이 없다.
 
가격을 보면 이주자택지가 신도시 조성원가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를 뺀 금액이다. 조성원가 70~80% 선이다. 협의양도인택지는 감정평가금액이다. 협의양도인택지만 해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1월 분양한 위례신도시 송파권역 협의양도인택지 가격이 3.3㎡당 2100만~2200만원이었다. 지난해 시세가 좀 낮은 위례신도시 성남권역에서 거래된 실거래가가 3.3㎡당 2800만원 정도였다. 이주자택지는 협의양도인택지의 반값 수준이다. 2019년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이주자택지와 협의양도인택지 공급가가 3.3㎡당 각각 700만원대, 1500만원대였다. 과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천 대지가 3.3㎡당 2500만원 이상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주자택지와 협의양도인택지는 계약 후 전매할 수 있다. 전매 가격 조건은 공공택지 종류에 따라 다르다. 2015년 이후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개발된 공공주택지구(3기 신도시 포함)에선 가격 제한이 없다. 과거 택지개발촉진법으로 개발됐으면 공급가 이하여야 한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는 이주자택지와 협의양도인택지가 대거 전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LH에 따르면 이주자택지 44필지 중 16필지, 협의양도인택지 190필지의 절반이 넘는 115필지의 명의가 변경됐다. 이주자택지는 2019년 5월, 협의양도인택지는 같은 해 10월 공급했다. 내년 말부터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지 않아 아파트로 보면 분양권 상태인 셈이다(LH는 전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사들인 외지인이 협의양도인택지의 시세차익을 기대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상금으로 남기는 돈보다 협의양도인택지를 팔아 챙기는 시세차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협의양도인택지는 일반인이 잘 모른다”며 “LH 직원 투기 의혹은 ‘심판’이 ‘선수’로 뛰면서 ‘당근’이 썩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주자택지·협의양도인택지는 3~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지어 상가나 집을 임대할 수 있다. 위례 성남권역 다가구주택의 월세가 130만~150만원이다. 덩치가 커 공시가격이 대개 9억원이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된다. 위례 성남권역 다가구주택의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13억원대다. 종부세가 200여 만원이다. 재산세를 합치면 보유세가 총 600여 만원이다.
 
하지만 임대한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주택에 해당하는 금액이 종부세 계산을 위한 공시가격에서 빠진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5억원인 다가구주택에 크기가 같은 3가구가 들어서면 가구당 공시가격이 5억원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가 등록임대주택제도를 강화해 임대주택 등록 대상에서 아파트를 제외했지만 다가구주택은 가구당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라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LH직원 투기 의혹으로 이주자택지·협의양도인택지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혜’가 투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원주민과 투기 목적의 외지인을 걸러내 택지개발의 혜택이 투기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나 LH 등 택지 개발 관련 기관 직원 등은 앞으로 토지 보상에서 제외되고 토지 매입부터 금지될 전망이다. 대상자 기준 시점, 토지 면적 등 보상 요건을 강화하고 원주민과 외지인에 차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상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 방안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수 대표는 “투기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거래 제한 등을 둬야 하고 보상 수준을 차별화해 투기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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