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는 투기꾼 먹잇감, 1·2기 때 구속만 64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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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상승폭 커 항상 투기 온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토지 매입에서 비롯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다른 신도시는 물론 산업단지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기업, 국회의원 가족, 자치단체 의회 의원, 지방 공무원 등이 개발 정보를 미리 빼내 투기를 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온다. 정부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전체로 조사를 확대했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다른 일반 개발도 투기 여부를 적극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사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의 투기·비리 역사와 다를 바 없다. 부동산 개발 사업 자체가 땅값 상승을 동반하는 데다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이기 때문이다. 역대 부동산 투기 수사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정보 유출에서부터 LH 직원들처럼 직접 투자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1990년 검찰 주도의 합동수사본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투기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1만3000여 명을 적발했는데, 이 가운데 공무원이 131명이나 됐다. 서울 영동·잠실지구(현재의 강남·송파구 일대) 개발 등 더 오래 전의 개발 사업은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 대기업 주도의 투기판이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온다.
 

▲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정부 주도 개발 사업 중에서도 유독 신도시 등 주택 위주의 택지개발사업(이하 공공택지)에 부동산 투기나 비리가 많은 건 인구 유입으로 땅값 상승 폭이 다른 사업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또 공공택지 사업은 토지보상 외에도 토지주나 원주민에게 단독주택용지나 아파트 입주권 등 다양한 보상을 해준다. 공공택지 예정지 땅을 매입한 투기꾼들이 노리는 건 바로 추가 보상이다. 예컨대 개발 예정지 내에 주택을 갖고 있거나 1000㎡ 이상 땅을 갖고 있던 사람에겐 단독주택용지(주거전용·점포겸용)를 우선 공급하는데, 분양가가 4억~6억원(수도권 기준)으로 시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예정지 내 맹지(길이 없는 땅)를 싼 값에 사들여 나무를 심거나 집을 지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공공택지는 1962년 울산에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도심 주택 수요 분산을 대도시 주변에 대거 개발했다. 서울만 해도 1·2기 신도시 14곳이 있고, 현재 3기 신도시 6곳을 추가 건설 중이다. 신도시보다 규모가 작은 구리 갈매지구, 수원 호매실지구 등 크고 작은 공공택지는 수도권에만 30곳이 넘는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지구도 20곳이 개발됐다.

일반적인 공공택지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경제자유구역이나 혁신도시도 주택이 대거 들어서는 공공택지라는 점에서 투기꾼의 먹잇감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인천에만 송도·청라·영종지구 등 3곳이 있고, 전국 7개 권역에 총 9곳이 있다.
 
이처럼 공공택지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택지를 대거 추가 지정할 계획인 때문이다. 2·4 대책의 핵심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주택을 최대한 빨리 공급한다는 것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가 불거진 광명·시흥신도시 예정지도 2·4 대책의 후속 조치로 발표한 1차 공공택지 예정지다.

정부는 LH 사태에도 조만간 2차 공공택지 예정지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모두 털어낼 때까지 공공택지 예정지 발표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차 예정지에서도 광명·시흥처럼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의 투기가 적발된다면 정부의 2·4 대책 자체가 붕괴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공공택지와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이 필요하느냐는 ‘공공택지 회의론’도 나온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10일 페이스북에서 “땜질식 처방인 공공택지(신도시)는 수도권 집중 현상만 심화하고, 연결도로 신설 등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며 “투기 원천인 신도시 정책을 취소하고 도심 재개발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개발 사업 특성상 공직자의 투기를 완전히 차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이 필요한 만큼 공공택지 개발은 최소한으로 전환하고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지구·신도시=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택지다. 수도권 1·2기 신도시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공택지가 이 법에 따라 건설됐다. 보통 330만㎡가 넘는 곳을 ‘신도시’라고 부른다.
 
공공주택지구=지난해 시행한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조성하는 공공택지다. 3기 신도시가 공공주택지구다. 택지개발지구와 비슷하지만 ‘공공’의 역할을 확대한 게 특징이다. 공공주택지구에선 임대주택이 전체 물량의 35% 이상이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혁신도시=해당 지역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개발하는 특수 목적의 공공택지다. 산업단지보단 주택·상업시설 비율이 높고, 어떤 목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주택 일부를 외국인이나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분양(임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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