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빗장 푸는 오세훈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시의회 의견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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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24만호 주택 공급할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인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는 등 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도심 재개발이 활성화해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은 26일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2025년까지 24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13만 호를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계획이다.

그는 "2015년부터 서울 시내에 신규 지정된 재개발 구역이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신규 주택 공급이 억제됐다. 이대로라면 2025년까지 연평균 1만2000호인 입주 물량이 2026년 이후엔 4000호로 급감할 것"이라고 규제 완화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핵심은 2015년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의 폐지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은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의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일 것’ 등을 재개발 허용 요건으로 적시한다. 박 전 시장은 여기에 ▶노후 건물의 ‘연면적’이 전체의 60% 이상 ▶평가 점수 70점 이상 등 요건까지 동시에 충족해야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을 모두 더해 산출하는 연면적 기준은 신축 빌라가 몇 동만 들어서도 충족시키기 어려워 그동안 재개발을 막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노후 건물 비중 3분의 2 이상, 구역 면적 1만㎡ 이상 등의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오 시장은 "제도 폐지 시 재개발 가능 지역이 재개발이 필요한 전체 노후·저층 주거지의 14%에서 50%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재개발 해제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주민 합의를 거쳐 신규 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된다. 오 시장은 "해제 지역 316곳 중 절반이 넘는 170여 곳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데도 여전히 (재개발이 막혀)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층 주거지역인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규제’를 적용받는 지역에 대한 높이 규제를 풀고 재개발 구역지정 소요 기간도 ‘5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까지 서울시가 직접 주도하는 ‘공공기획’ 방식의 전면 도입을 통해서다.

주민동의 절차도 주민제안(동의율 10%)→사전타당성 조사(동의율 50%)→정비계획수립(3분의 2 동의)의 3단계에서 사전 타당성 조사를 뺀 2단계로 축소한다. 다만 주민제안 동의율은 30%로 상향 조정된다.

오 시장은 "매년 공모를 통해 25개 이상의 (재개발) 구역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옛 뉴타운 해제 지역이 밀집한 강북 지역 등의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개발 해제지역은 성북구가 34곳으로 가장 많고 중랑(32곳), 종로(26곳), 동대문·강동(25곳)이 뒤를 잇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부족이 집값 불안 요인으로 굳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조주현 전 한국주택학회장도 "바람직한 조치"라며 "다만 지분 쪼개기 등 투기 행위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10월까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변수는 시의회의 의견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시민의 재산권을 대표하는 시의회 의견 청취 과정은 거쳐야 한다"며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반대가 거셀 경우 오 시장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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