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소형 건축의 설계 방향은?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0.08.05 15.13

코로나19가 가져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얼마 전 업무협의를 위해 어느 지자체의 시청 건축과를 방문했다. 전화상으로는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없어서 도면을 가지고 직접 찾아가 협의를 보기 위해서였다. 회의 테이블 위에는 투명 아크릴로 칸막이를 설치하고 아랫부분에는 옆으로 긴 구멍을 내어, 협의할 도면이나 서류를 건네주는 형식으로 마스크를 쓴 채 회의를 하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업무환경과 일상 풍경이 달라진 것이다.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전화나 이메일로 업무를 보려고 하지만, 서류나 도면을 보여주면서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직접 만날 수밖에 없다.
 
아이들도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2일, 또는 3주에 한 주를 등교하여 친구들과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채 수업에 임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학생식당 테이블에 투명 아크릴 벽을 설치하고 한자리 건너 띄고 식사를 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우리의 생활에 크나큰 변화와 타격을 주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이 힘들어졌고, 교육현장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 회사들은 재택근무라는 생활패턴이 수개월간 자리 잡았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자,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집값이 떨어졌다고 한다. 출퇴근을 위해 비싼 집값을 내고 있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자 집값이 싼 외곽으로 이사를 한 것이 원인이다. 교육도 온라인이 장기화된다면 명문학교 근처의 집값도 떨어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온라인과 현실 세상이 존재하는 도시구조의 재편성을 가져올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근무, 1인 기업, 온라인 학업 형태 등의 변화는 장소나 공간 선택의 자유를 모두에게 부여하고 있다.

코로나19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과 공간


필자의 회사에서도 직원 한 명의 집 근처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그 직원을 며칠간 재택근무를 시킨 적이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왕복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여 여유 있는 근무가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오히려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집중도 되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집에서는 주변에 신경 써야 할 일들도 많고 산만하여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집은 학교나 직장에서 돌아와 저녁시간에 쉬고 잠들고 다시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공간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집은 정착하고 정주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아서, 주택 공간의 다양성과 질을 높이는 것은 등한시되어 왔다. 재택근무 같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현재 공동주택에서 유일하게 외부 공간과 접할 수 있는 발코니마저 실내면적을 넓히기 위해 발코니 확장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없어져 버렸다. 자연을 접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공원까지 가야 한다.

고층 아파트, 고층 사무실 건물은 엘리베이터나 계단 몇 개를 이용하여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같이 오르내린다. 이러한 수직적 동선의 공유는 감염의 확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19보다 훨씬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우리 도시 곳곳에 솟아있는 이 많은 고층건물들은 전염병의 불길을 훨훨 태우는 굴뚝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매일 이용하는 식당, 카페, 술집 등의 공간상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식사라는 부분은 생활 문화 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느리게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습관과 식사의 공간을 동시에 전염병의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은 소규모 사무실이 밀접한 곳인데, 코로나19가 유행한 후에도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점심에는 모든 식당들이 직장인들로 메워졌고 오후에는 카페, 저녁때의 주점들 역시 평상시처럼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과연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식습관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혼자 밥 먹기, 찌개나 반찬을 공유하지 않기, 잔반 재사용 하지 않기 등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감염 위험도가 높은 거대 건축물보다, 중소형 건축물이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포스트 코로나가 가져온 건축물의 변화


필자가 약 20년 전 일본의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당시, 맡겨진 프로젝트가 ‘데이터 센터’였다. 그 당시 인터넷 포털 서비스 사업이 한참 시작할 무렵이었고, 데이터 센터라는 온라인 비즈니스에 필요한 프로토타입의 건축설계로 참고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의 물류창고를 리노베이션 하여 데이터 센터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서버, 시스템 등의 이해, 그에 필요한 전기, 기계설비와 함께 데이터를 관리하고 구축하는 전반적인 시스템에 관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하였다.

데이터 센터에서는 보안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보안 시스템 구축과 동시에 주출입구에서 서버실까지 몇 단계는 문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점진적 공간구성으로, 외부에서부터의 침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공간의 단절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입구에서 로비공간을 거쳐서 각 실로 단계적인 보안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로비공간을 크게 하기보다, 몇 단계로 문을 설치하여 이동의 분산과 단절을 꾀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강한 전파력은 확진자의 치료시설까지 부족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호텔이나 연수시설을 음압 병동으로 변경하여 대체한다든지, 주택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무실 역할을 한다든지 하는 건축공간의 융통성과 가변성이 필요할 시기이다.
 
우리나라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관혼상제의 행사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 주는 것이 관례여서 큰 규모의 홀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형 공간을 소규모로 분리하여 친한 친구나 친지, 가족들만의 오붓한 행사도 가능한 소규모 홀도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일본의 건축 신문인 닛케이 아키텍츠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용도 중 창고, 물류센터,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면 생활로 인해 배달이 늘어나고 재택근무 등으로 화상회의, 공유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서버의 증가가 그 원인이다. 그 반대로 숙박시설, 생산시설, 주택은 감소 추세라고 했다. 여행, 소비, 생산이 줄고 인구감소로 인한 주택 수요가 줄 것이라고 했다. 그 외 다른 시설들은 비대면 생활에 맞춘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거대 건축물의 몰락과 중소형 건축의 성장


건축물의 용도란 그 안에서 행해지는 사업의 종류나 활동 내용에 따라서 달라진다. 최근에 건축물의 용도변경에 관하여 문의도 종종 들어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용도변경이 가능한 가변성이 있는 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벽식 콘크리트 구조보다는 기둥과 보로 이루어지는 라멘(Rahmen)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서도 이 같은 구조로 계획하여 공간의 확장이나 가변성을 부여할 수 있다.

중소형 건축물은 이러한 공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다. 도심의 제약조건이 많지만, 그 제약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 디자인하고 옥상과 테라스, 그리고 베란다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공간의 외부로의 확장이 가능하도록 고려해야 한다.

사업성을 위해 임대나 분양면적을 최대로 뽑아내는 설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외부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내외부 공간의 적절한 연계로 자연을 끌어들임으로써 공간의 질을 높여 건물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근무와 학업의 장소 선택에 대한 자유가 건축과 공간에 변화를 강제할 것이다. 한 번에 수천 명의 확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도시의 마천루, 그 마천루들의 집합체인 강남이 혐오지역이 되고,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한 중소규모 건축물과 그것들이 조화롭게 모인 마을들이 새로운 선호지역이 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일 년 전에는 세상 누구도 지금의 세상을 예상 못 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