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끄는 10가지 설계 체크리스트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21.01.28 14.45

건축주의 명확한 의사 표현을 기반으로 일정ㆍ도면ㆍ구조ㆍ예산 등 꼼꼼히 챙겨야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사업성 검토를 하는데, 토지 매입 단계에서 건축물의 건축 가능 용도와 규모를 먼저 검토하는 과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나 컨설팅업체에서도 검토가 가능하지만, 건축법이나 관련 법규 그리고 허가권자의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검토해 줄 수 있는 전문가는 건축사다. 기본적인 검토가 끝나서 건축을 하기로 결정을 하면 본격적인 설계 단계에 돌입한다.

설계 단계는 크게 기획설계, 기본설계, 실시설계로 구분된다. 그 과정에서 건축주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과정이 기본설계 단계이다. 사업 방향에 맞는 콘셉트와 요구 조건 등이 반영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 허가와 시공의 바탕이 되는 실시설계를 작성하게 된다. 기본설계 과정에서 건축주가 체크해야 할 10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설계 공정표 체크



건축공사를 진행할 때 공정표를 작성하듯, 설계 단계의 공정표(일정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설계 기간이 용도와 규모별로 건축사사무소마다 기간이 다르겠지만, 다른 업무에 밀려 소규모 건축의 설계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주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스케줄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 계약을 맺고 설계조건의 협의가 끝나고 나면 기본 방향을 잡는 회의를 몇 번에 걸쳐 진행하고 피드백이 오고 간다. 정기적으로 어느 요일에 회의를 할 것인지, 기본설계를 언제까지 끝내고 실시설계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공정 협의가 필요하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기본 도면과 3D 혹은 건축 모형 작업이 그렇게 오래 걸릴까? 금방 되는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건축주의 피드백을 받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최적의 안을 내기 위한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기본설계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변수가 생겨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건축주의 피드백이 늦어진다거나 단순 변심, 또는 허가권자와의 협의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여유 있는 스케줄을 잡아야 할 것이다.
 

▲ 설계는 건축 프로젝트의 첫 단추와 같으며, 체크리스트를 잘 확인하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둘째, 설계 요구 조건의 반영



건축주의 취향에 관한 의사 표현이 확실해야 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 인터넷 서핑이나 참고 서적을 통해 디자인 취향을 건축사에게 전달해도 된다. 디자인 방향부터 모두 건축사에게 맡기는 경우에는, 건축사의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파악하고 앞으로 전개될 디자인 방향성에 관한 의견을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사업 방향, 예산은 물론이고 주택인 경우에는 개인적인 취향, 취미 등 극히 개인적인 요구 사항까지 전달해야 한다. 병에 걸려 의사에게 모든 아픈 증세를 설명해야 의사도 그에 맞는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해 주듯, 건축사에게 모든 요구 사항을 빠짐없이 전달해야 의사결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여러 번 반복이 되어야 비로소 건축주, 건축사가 서로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셋째, 배치계획



기본설계의 요구 조건이 반영된 성과물이 나오면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이 배치계획이다. 이는 대지에 건물이 어떻게 앉혀지느냐를 말하는데 주출입구, 주차계획, 조경계획, 동선계획 등이 표현된다. 

예를 들면 주거와 근린생활시설이 복합될 경우 주출입구의 분리, 주차의 분리 등이 잘 되어 있는지, 다중의 출입이 요구되어야 할 곳과 주차 출입구가 겹치지 않는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조경은 법적 조경면적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면적이 확보되었는지와 건축물의 경관과 조화가 잘 이루어졌는지,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배치계획은 3D나 건축 모형으로 검토해서 주변 경관과의 조화와 좋은 디자인으로 도시의 경관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평면계획



평면에서는 필요한 공간이 적절한 면적으로 동선상 문제가 없이 배치가 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소규모 건축 도면 축적(스케일)은 보통 1/100, 1/150, 1/200 정도이다. 도면에는 수치가 밀리미터 단위로 표기가 된다. 

도면을 봐도 어느 정도의 공간 스케일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살고 있는 주택이나 일하는 사무실 등의 치수를 미리 파악하거나, 같은 스케일로 종이에 그려보고 도면과 비교를 해 봐도 될 것이다. 1/100 스케일이라면 일반 문방구에서 파는 자로 재는 것이 가능하다. 1센티미터가 1미터이기 때문에 도면에 자로 재보면 몇 미터 공간이지 나온다. 공간의 크기를 파악할 때는 신체의 팔 길이, 키, 걸음걸이, 한 뼘의 길이 등을 미리 알아 놓으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다섯째, 단면계획



단면은 건축물을 수직으로 잘라서 보여주는 도면으로써, 층고, 천정고, 마감재, 단열재, 방수 등이 기입이 되어 있다. 일조 사선제한이나 가로구역별 높이 등의 높이제한을 확인하고, 천정고가 원하는 높이가 나오는지 체크해야 한다. 높이제한으로 층고의 제한이 있을 경우는 사업성을 검토하여 층고, 층수 어느 쪽을 우선시해야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물론 건축법의 최소 천정고 이상으로 설계하겠지만, 사용자의 의도를 반영해서 설계가 되어야 하겠다.

단열재나 방수 등은 건축법, 조례 등의 법규에 맞춰 설계가 되어 전문용어가 많아 건축주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사용승인 시 성적서, 납품 확인서를 내야 하므로 반드시 지켜야 하고 감리자가 체크할 사항이다. 요즘은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외벽 마감재와 단열재를 준불연재 이상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섯째, 입면계획



건축물의 디자인이 외부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계획으로 중요한 체크사항이다. 채광, 환기, 프라이버시, 외관에서 보이는 디자인에 관한 고민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어느 정도 평면이 결정된다면 입면계획에서 3D와 함께 검토를 여러 번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마감재에 관한 검토도 동시에 하는데, 마감재의 종류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하면, 마감재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예산에 맞는 마감재와 창호 선택을 해야 한다. 

일곱째, 구조계획



중소규모의 건축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구조 계획이다. 건축의 구조는 주로 철근콘크리트조의 라멘구조(수직으로 세워진 기둥과 수평으로 연결하는 보로 건물의 하중을 버티는 구조), 벽식구조(건물 내부에 있는 벽이 건물의 하중을 버텨내는 구조), 혹은 하이브리드(혼합 구조)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지역적 특성과 층수에 따라 철골구조나 목구조가 유리할 경우도 있다. 이는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협의하여 예산에 맞는 방식을 제안한다. 

여러 구조방식 중에서 중목 구조는 목재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구조로, 내력벽이 적어서 향후 내부 인테리어 변경하거나 리모델링에 적절하다. 창호의 크기도 자유로운 장점이 있어 주택설계에 유리하다.

관련해서 최근에 필자가 설계한 한 교육연구시설을 예로 들어보겠다. 다가구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복합적으로 설계돼 있어 구조가 매우 중요했다. 통상 다가구주택은 방의 구획이 많아 벽식구조로 설계한다. 하지만 향후 가족 구성원에 따라 인테리어 변경이 용이하도록 라멘구조를 검토했다. 최상층에는 어린 자녀들을 위해 친환경 재료인 중목 구조로 설계하여 전체 기둥 보 구조 방식에 구조적 통일성을 주었다.

기본설계 단계에서는 다가구주택 부분을 공간 구획에 맞춰 일반적인 벽식구조로 검토했지만,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구조기술사가 라멘구조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은 내진구조에 관한 설계가 중요시되어 벽식구조가 혼합되기보다는 라멘구조로 통일하는 것이 구조적 안정성이 크다는 조언을 건축주가 받아들인 것이다.

여덟째, 설비계획



설비는 건축물의 혈관이나 내장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전기, 기계, 소방, 엘리베이터 등의 설계에 해당되며 서로 연결되고 맞물려 있다. 사용승인 시 각 공사의 필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그만큼 건축물의 안전과 수명에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맡겨지는 일이지만, 콘센트, 조명, 화장실 및 주방의 수전 위치 등 인테리어와 연관된 부분의 확인은 실시설계 단계에서 건축주도 직접 도면을 확인해야 한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인테리어 설계를 동시에 진행한다면 건축설계에 세세한 항목이 반영되어 시공단계에 다시 시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다. 

아홉째, 예산계획



건축 사업 시작 단계에서 시공비에 관한 항목을 검토했을 것이다. 그 시공 예산에 맞는 설계인지를 건축사와 함께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건축사는 예산에 맞는 마감재, 창호, 공법 등을 기본설계 단계에서부터 제안해 주고, 최종적으로 건축주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견적과 시공 실적 등을 비교하여 선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예산에 맞춰 마감재 등의 자재를 가감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공사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전문 CM에게 그 검토를 맡기겠지만,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에는 설계자와 시공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의 신뢰가 중요하다. 도면을 바탕으로 정확한 내역과 견적이 있다면 차후 분쟁이 있을 때 정확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열 번째, 사후관리



사용승인을 받고 건축물을 사용하는 기간에 들어가는 비용도 전체 사업비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설치를 할 경우 보조금이 나와 설치를 하고 전기비용을 절감하면 몇 년 안에 설치비가 돌아오는지, 관리비와 수선비 등 장기적인 예산 계획에 넣어야 한다. 향후 건축물의 매매나 임대 등 사업목적에 맞는 사후관리비까지 검토해서, 건축물의 설계 단계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본설계 과정에서 건축주가 체크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알아봤다. 건축 설계라고 하면 잘 몰라서 막연해 하는 예비 건축주들이 많다. 하지만 이 10가지만 숙지한다면, 건축 프로젝트의 첫 단추인 설계의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